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토요워치-4차혁명 마스터키 身用카드] 워터파크 '빈손'으로 놀러가도 결제 OK

롯데카드 손바닥 활용 '핸드페이' 도입

시중은행 ATM에 장정맥인증 적용

"개인정보에 신체정보까지 털릴라"

소비자 심리적 저항 극복이 관건

토요와치2면최종



지난 17일 오후5시께 서울 중구 소월로 롯데손해보험빌딩 12층의 한 무인편의점. 건물 내 입주해 일하고 있는 롯데카드·손해보험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노란 바구니에 먹거리를 담고 있었다. 이들은 집어든 물건을 갖고 계산대로 가 각자 결제를 진행했다. 상품 바코드를 인식시키고 한쪽 손바닥을 전용단말기에 올려놓자마자 순식간에 결제가 완료됐다. 길게 줄지어 기다릴 필요도, 지갑이나 주머니에서 플라스틱 카드를 꺼내는 번거로움도 없었다. 지난해 5월 롯데카드가 선보인 손바닥 정맥 결제 방식 ‘핸드페이’가 바꿔놓은 풍경이다.

핸드페이 서비스는 손바닥 정맥정보를 사전에 등록, 결제 시 전용단말기에 손바닥을 올려놓기만 하면 카드 결제가 완료되는 일종의 ‘생체인식’ 결제 방식을 일컫는다. 정맥정보를 해독 불가능한 데이터로 변환해 암호화하고 이를 금융결제원의 바이오정보 분산관리센터와 카드사에 각각 분산 보관해둔 뒤 요청이 있으면 본인 여부 확인 후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현재 세븐일레븐·롯데마트·롯데리아·롯데시네마 등 80여곳에 전용단말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전용단말기 수로만 보면 아직 열세”라면서도 “유동인구가 많고 핸드페이의 간편함과 생체인식의 보안성을 적용했을 때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곳 위주로 서비스를 확대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곳이 ‘워터파크’다. 워터파크 내에서 주로 이용되는 결제수단은 충전(코인)형 팔찌다. 돈을 소진했을 때 다시 카드나 현금으로 재충전해야 하거나 잔액이 어쭙잖게 남았을 때 환불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팔찌 분실과 도난 위험도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내 몸(손바닥)이 카드가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충전 등의 방법 없이도 필요할 때마다 생체인증으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롯데카드 측은 “이르면 올여름 제휴 워터파크에 핸드페이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문, 홍채, 손바닥 정맥, 목소리 등 신체 일부를 활용한 생체인식이 단순 본인 확인(인증)을 넘어 결제까지 이어지고 있다. 기존 아이디나 비밀번호 조합의 인증 방식을 대체하는 것에서 나아가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시중은행과 카드사 등 금융권에서는 지문·홍채 등의 생체인증 방식이 일반화돼 있다. BC카드는 지난해 ‘본인인증(로그인)·결제’ 방식에 목소리(보이스)도 추가했다. 보이스 인증 방법은 간단하다. BC카드 모바일 결제 애플리케이션 페이북에 BC카드를 등록한 이는 보이스 인증 등록 버튼을 눌러 본인의 음성으로 “내 목소리로 결제”라고 스마트폰에 저장한다. 이후 결제가 필요할 때 스마트폰에 저장했던 멘트와 똑같이 말하면 결제가 단번에 이뤄진다. 매번 비밀번호(PIN) 6자리를 입력하던 것에 비해 간편해진 셈이다. BC카드 관계자는 “보이스 인증은 이어폰 등 내장 마이크 기능만 있어도 사용 가능해 지문이나 홍채인증 방식에 비해 하드웨어 제약이 없어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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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은 올해부터 ‘손바닥 정맥 인증’에 공을 들인다. 앞서 주요 시중은행들은 핀테크 혁신을 이룬다는 기치 아래 홍채인증 자동화기기(ATM)를 내놓았다. 지난 2015년 당시 IBK기업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홍채인증 ATM을 서울 을지로 본점 영업부에서 운영했다. 그러나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홍채를 기계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등 외려 불편함이 더해져 사업을 철수했다. 기업은행은 홍채 대신 손바닥 정맥을 활용한 장정맥 인증 ATM의 연내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디지털 창구 확대에 신경 쓰고 있는 국민은행은 올해 전국에 장정맥 ATM 3,000여대를 차례로 설치해나간다는 구상이다.

2115A02 설문


생체인증은 플라스틱 카드와 같은 물리적 도구 없이 고유한 생체정보를 지닌 내 몸을 비밀번호 삼아 간편하게 금전 거래를 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생체인증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금융권도 이 같은 점을 강조하며 확산에 나서고 있지만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야 하는 과제도 동시에 떠안고 있다. 금융거래나 결제를 위해 생체인증을 사용하는 것을 두고 아직은 온도 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가 최근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생체인증 방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용처가 온라인·모바일인지, 오프라인인지 여부에 따라 생체인증에 대한 선호도가 갈렸다. 스마트폰 카드 결제(선호 51.6%)와 모바일뱅킹(선호 51.4%)에서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 대신 생체인증 방식을 사용하는 것은 절반 이상이 선호했다. 그러나 ATM에서 생체인증으로 거래하거나(선호 39.9%) 오프라인 매장에서 신용카드와 현금 대신 생체인증으로 결제하는 것(선호 30.7%)을 선호하는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모습을 보였다. 생체인증이 편리한 인증방식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개인정보에 이어 신체정보까지 유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쉽사리 기존 결제 방식을 바꾸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최근 정부가 지난 20여년간 결제인증 시장을 장악했던 공인인증서 제도를 폐지하고 다양한 본인인증 수단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금융은 물론 다양한 분야로의 생체인증 방식 확산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감독원은 3월 ‘IT·핀테크 감독검사 업무설명회’에서 생체인증 등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인증수단을 금융거래에 폭넓게 적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올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자상거래법과 전자서명법 등 공인인증서 사용을 의무화한 법령 개정을 순차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춘식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공인인증서의 우월적 지위가 없어지면 유력한 대체 수단 중 하나인 생체인증 방식의 활용 분야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특히 모바일 중심으로 급속히 무게중심이 옮겨오면서 다양한 인증 수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확산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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