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퍼터를 다시 잡은 박인비(30·KB금융그룹)의 이름이 익숙한 자리인 순위표 맨 윗줄에 올라왔다.
박인비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설 대회인 휴젤-JTBC LA 오픈(총상금 150만달러) 첫날 시즌 두 번째 우승을 향해 순항을 시작했다. 그는 2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윌셔CC(파71·6,450야드)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버디 6개를 잡고 보기는 1개로 막았다. 5언더파 66타를 기록한 박인비는 2위 머리나 알렉스(미국·4언더파)에 1타 앞선 단독 선두에 나섰다.
이날 단연 눈길을 끈 것은 박인비의 퍼터였다. 예전에 사용하던 반달 모양 헤드 형태의 말렛 스타일을 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그는 지난달 파운더스컵 대회 때 일자형 헤드의 블레이드 스타일 퍼터로 교체했다. 파운더스컵 우승에 이어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 준우승, 지난주 롯데 챔피언십 공동 3위까지 좋은 성적을 이어갔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ANA와 롯데 대회에서 몇 차례 짧은 퍼트를 실수하면서 통산 20승 달성도 미뤄야 했다. 그러자 이번주 기존의 퍼터로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통상 말렛형 퍼터는 직진성이 좋아 짧은 퍼트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블레이드 스타일로 바꾼 것은 일시적인 테스트였던 셈이다. 당시 박인비는 메이저대회(ANA)를 앞두고 퍼트 감각을 점검하기 위해 교체했다고 했다. “그동안 말렛 스타일에만 익숙해져 실수가 나와도 잘 못 보는 것 같다. 미스가 나올 때 공이 빠져나가는 길을 좀 더 연구할 겸 퍼터를 바꿔보자는 남편 남기협 코치의 제안을 따랐다”고 설명했었다.
말렛 스타일의 예전 오디세이 투볼 퍼터를 꺼내 든 박인비는 이날 ‘퍼터 명인’의 면모를 되찾았다. 18홀을 28차례의 퍼트로 마무리했다. 높은 그린 적중률(15/18)에 비하면 퍼트 수가 적었다. 10번홀에서 출발한 그는 퍼트를 잇달아 홀에 떨구며 12번부터 15번홀까지 4연속 버디를 잡아냈다. 17번홀(파4)에서 유일한 보기를 적어냈지만 후반 들어 2번(파5)과 5번홀(파4)에서 버디 2개를 추가했다. 박인비는 “최근 몇 주간 다른 샷은 다 좋았으나 퍼트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이번주에 사용하는 퍼터가 더 꾸준한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세계랭킹 3위인 박인비는 이 대회 결과에 따라 세계 1위 탈환도 노려볼 수 있다. 세계 1위 펑산산(중국)은 3오버파 공동 74위로 밀렸고 2위 렉시 톰프슨(미국)은 3언더파 공동 3위에 자리했다. 박인비는 “외국에서 이렇게 많은 한국 팬들이 찾아주신 것은 처음”이라며 팬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우리 교포들이 많이 사는 LA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한국의 미용 의약품 기업 휴젤과 JTBC 채널이 후원한다.
시즌 1승이 있는 ‘맏언니’ 지은희(32·한화큐셀)도 3언더파 공동 3위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공동 3위에는 톰프슨, 모리야 쭈타누깐(태국), 그리고 ANA 대회에서 박인비에게 연장전 승리를 거둔 페르닐라 린드베리(스웨덴) 등 7명이 몰렸다. 유소연(28)과 고진영(23)은 나란히 이븐파 공동 30위에 위치했고 지난해 신인왕·상금왕 박성현(25)은 3오버파로 펑산산 등과 함께 공동 75위로 첫날을 마쳤다.
한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텍사스 오픈에 출전한 김시우(23·CJ대한통운)는 1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를 기록, 배상문(32)과 함께 공동 21위에 이름을 올렸다. 선두 그레이슨 머리(미국·5언더파)와는 4타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