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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공감’ 사진작가 박병문, 사진 속에 담은 광부 아버지들의 삶

‘다큐공감’ 사진작가 박병문, 그의 사진 속에 담긴 광부 아버지들의 삶



21일 방송되는 KBS1 ‘다큐공감’에서는 ‘아버지는 광부였다’ 편이 전파를 탄다.

생사(生死)가 순식간에 갈라지는 사투의 장. 검은 땀, 검은 눈물이 흐르는 곳, 탄광. 1980년대 중반.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정책 이후, 많은 탄광들이 문을 닫기 시작하면서 1세대 산업전사로 치열한 삶을 살아온 광부들의 땀과 눈물도 잊혀져가고 있다.


10여년의 긴 시간 동안... 사라져가는 탄광과 광부의 삶을 카메라에 담아온 한 남자가 있다. 어쩌면 그에게 ‘광부’라는 이름은 숙명인지도 모른다. 그의 고향은 한때 검은 노다지를 찾아 온 사람들로 북적였던 국내 최대 탄광촌, 태백. 그의 아버지도 태백에서 평생 광부로 살았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박병문(58세).

그가 담아온 사라져가는 탄광과 광부의 삶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가족을 지켜온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이자, 이 땅에 모든 광부에게 바치는 땀과 눈물의 헌시(獻詩)이며, 우리가 기억해야할 치열했던 희망의 역사다.

마지막 탄광이 문을 닫는 날까지... 그의 카메라는 아버지의 시간을 기록해 나갈 것이다.

▲ 사라진 탄광, 땀의 흔적을 찾다

불과 30여 년 전, 태백은 국내 최대 탄광촌이었다. 거리에 개들도 입에 만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다는 옛 시절의 영화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검은 노다지를 캐러왔던 사람들이 빠져나간 태백의 겨울 한복판. 태백의 한 폐광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박병문(58세)씨를 만났다. 모두의 기억에서 조차 문을 닫은 폐광. 그곳에서 그의 카메라는 무엇을 찾고 있는 걸까!

▲ 나의 아버지, 광부의 시간을 기록하다.

한 번도 사진을 전공한 적은 없는 박병문 작가. 독학으로 사진공부를 시작해 백두대간 여린 야생화를 찍던 그는 10여 년 전부터 전문사진작가도 힘든 지하 1000미터, 막장에 갱도 안을 광부들과 동행하며 그들의 땀과 눈물 그리고 행복했던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박병문작가. 그에게 ‘광부’의 기록은 숙명이었다. 태백 탄광에서 평생 축전차를 운행해온 작가의 아버지. 아버지를 향한 아들의 그리움은 죽음과 사투하며 가족을 지켜낸 이 땅의 모든 광부를 기억하는 치열한 기록이 되어갔다.

▲ 아버지의 검은 초상화를 그리다


시대의 흐름에 밀려 광부라는 이름조차 잊혀져가는 지금. 박병문 작가의 흑백사진은 생사가 순식간에 갈리는 막장 안에서 1세대 산업전사로 삶을 캐온 광부의 시간과 철거되어 사라져간 탄광마을의 행복했던 한 때를 묵묵히 증언해 주었다. 그렇게 탄생된 그의 첫 사진작품 ‘아버지는 광부였다’는 사람들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고 마침내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최고의 명예, ‘온빛 다큐멘터리(2016)’과 ‘최민식 특별 대상(2013)’수상이라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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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탄부’ 여자광부, 검은 장미를 만나다

박병문 작가가 세상에 처음으로 존재를 알린 특별한 광부가 있다. 지하에서 채굴된 탄들을 선별하는 작업장, 선탄부에는 갑작스런 탄광사고로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은 광부의 아내들이 특채 채용되어 일하는 작업장이다. 금녀의 땅, 탄광촌에서 유일하게 여자들이 일하는 공간, 선탄부. 광부의 그늘에 가려 늘 조연으로 일해 온 선탄부 그녀들을 박병문 작가는 ‘검은 장미’라 부른다. 지상막장의 힘겨운 사투 속에서도 가정을 지켜온 또 다른 아버지, 검은 장미의 하루를 만난다.

▲ 광부의 인생길을 마주하다

태백의 광부들이 떠나와 공단지대에 일을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 제 2의 태백이라 불렸던 ‘안산’. 그 곳의 한 병원에 광부로 평생 살아온 김정동 할아버지가 진폐증의 고통 속에 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계신다. 평생 광부라는 이름으로 젊은 날을 다 보내고 남은 시간도 숨을 쉬기 어려운 진폐증으로 고통 받는 광부들의 마지막을 기록하는 박병문 작가. 그는 김정동 할아버지가 평생을 기록해 온 탄부일기 속에서 지난날 광부 아버지들이 걸어온 인생길과 마주한다.

▲ 아버지의 시간은 계속 흐른다

지금도 지하 천 미터, 빛이 차단된 막장에서 탄을 캐며 살아가는 광부들이 있다. 그러나 이제 탄광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마지막 탄광이 문을 닫는 그 순간까지... 박병문 작가는 탄광으로 향하는 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카메라는 깊은 어둠에서 삶의 빛을 캐온 광부들의 얼굴, 아버지의 시간을 바라보며 기록해 나갈 것이다.

[사진=KBS1 ‘다큐공감’ 예고영상캡처]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전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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