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난 21일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 및 핵실험 중단을 선언하면서도 핵 폐기를 직접 거론하지 않은 점을 의식한 듯 “북한에 관한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먼 길이 남아 있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20일 북측의 핵실험 중단 선언 이후 “큰 진전”이라며 큰 기대를 표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 정부 고위관료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대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피력했으며 북한이 핵을 상당 부분 폐기하기 전까지 ‘제재 완화’ 같은 양보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마크 쇼트 백악관 의회담당 수석보좌관도 이날 N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해 “우리 동맹과의 전쟁에서 사용 가능한 핵무기를 더는 보유하지 않는 ‘완전한 비핵화’를 (대통령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가 이날 북측의 실질적 변화와 행동을 거듭 강조하고 나선 것은 여권인 공화당의 대북 회의론과도 맞닿아 있다. 공화당의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김정은을 매혹해 비핵화를 얻어내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 몰락 사례를 잘 알고 있어 쉽사리 핵을 포기하지 않고 미사일 및 핵실험 중단 선언도 쉽사리 뒤집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트위터에 북한이 발표한 핵실험 중단과 실험장 폐쇄를 넘어 “비핵화에 합의했다”고 적시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막후에서 이뤄진 합의를 ‘천기누설’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 언급이 구체적 내용 없이 과시형으로 더해졌다는 분석도 있지만 최근 북측과 극비 협상 과정 및 내용을 전달한 발언이나 트윗이 사실로 확인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