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급격한 군축은 개연성이 낮다. 남북 모두 대병력을 단기간에 줄이고 무기를 줄이기에는 해방과 분단 이후 지금까지 73년 동안 전쟁까지 겪으며 체질로 굳어진 구조를 건드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성급한 기대가 쏟아지고 있다. 일부 사설 정보지(일명 ‘지라시’)에는 ‘남북한과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초대형 군축을 논의하고 있다’는 풍문까지 나도는 실정이다. ‘북한은 개성 이북, 남한은 문산 이남까지 군대를 뒤로 돌린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현실화 가능성이 있을까. 북한은 그럴 수 있어도 우리는 불가능하다. 경제적 계산이 맞지 않는다. 토지가 국가의 소유이고 개발이 미진한 북한은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군부대를 재배치할 수 있으나 우리는 부동산 가격이 비싸서 군부대를 후방으로 빼낼 수 없다. 이미 문산까지 아파트 숲으로 바뀐 판에 전방 부대들을 후방으로 재배치할 땅이 남아 있지 않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우리의 최전방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맡는 꼴이 된다.
다만 중장기적 가능성은 남아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소규모 주둔지를 통폐합, 최소한 연대급 부대가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주둔지 통합을 5년 전에 검토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위기가 발생하면 헬기를 포함한 기동력으로 현장에 도착한다는 이 개념은 대규모 주둔지로 적합한 지역의 땅값이 크게 오르는 바람에 무산됐지만 군도 필요성을 느끼는 사안이다. 박근혜 정부 초대 국방장관으로 지명됐으나 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한 김병관 예비역 육군 대장도 ‘인본주의형 국방개혁’ 차원에서 부대 재배치를 역설했었다. 전쟁 발발시 전방에 배치된 30만 병력이 40%의 손실을 입으며 버티는 작전 개념에서 벗어나 전방은 과학화 장비로 감시하고 장병들을 후방으로 돌리면 병력 손실률을 17%까지 낮출 수 있다는 그의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군 안팎에서 적지 않았다.
전제는 평화 체제 확인과 정착에 있다. 오는 27일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에서의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사안은 군축이든 비무장지대(DMZ) 평화지대화 방안이든 ‘선언적으로’ 채택될 가능성 정도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