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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VIEW] '슈츠' 수트빨 믿고 밀어붙인 리메이크의 한계

오직 수트빨로 밀어붙였다.

미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드라마들은 ‘굿 와이프’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원작의 매력을 살리지 못했다. 정서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을 극복하지 못한 탓이다.


25일 KBS2 수목드라마 ‘슈츠’가 베일을 벗었다. 첫 방송에서는 타고난 기억력으로 남의 법률시험을 대신 봐주며 살아가던 고연우(박형식 분)가 변호사 최강석(장동건 분)에 의해 로펌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이 담겼다.




고연우는 술집에서 만난 재벌2세 박준표(이이경 분)의 꾐에 넘어가 마약운반을 하다 경찰에 검거될 위기에 처했다. 정체를 감추기 위해 정장을 입고 가방을 전달하려던 그는 도망치다 수석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한 최강석(장동건)이 어쏘시에이트(로펌에서 월급을 받으며 일하는 초급 변호사)를 면접하는 장소에 섞여 들어갔다.

최강석은 비서 홍다함(채정안 분)에게 기회의 신을 뜻하는 카이로스의 모형을 주며 이름을 알아맞히는 사람만 사무실로 들여보내라고 지시한 상황. 고연우는 단번에 이를 해결하고 최강석의 사무실에 몸을 숨겼다.

이내 최강석의 사무실에 다다른 경찰 앞에서 최강석은 고연우를 향해 자신을 변호해보라고 주문했다. 과거 로스쿨 대리시험을 보던 지식을 활용해 경찰을 따돌린 그는 자신이 마약운반책이 된 과정을 설명했다. “기회를 주면 만회할 수 있냐”는 최강석의 말에 고연우는 “간절함으로 만회할 수 있다”고 답했고 면접은 합격했다. 그러나 다음날 우산 없이 빗속을 뚫고 출근한 그에게 최강석은 “넌 해고야”라고 말하며 다음 이야기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들었다.


최근 미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슈츠’도 그중 하나로 미국에서는 현재 시즌7까지 방송되고 있다. 전설적인 변호사와 천재 보조변호사가 함께 만들어내는 고도의 두뇌싸움, 법률다툼 등 전문직 드라마의 매력으로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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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리메이크 버전의 첫회 도입부는 원작과 같은 틀로 구성됐다. 그러나 작위적인 캐릭터와 비현실적인 전개는 놀라울 만큼 이질적이었다. 잘생긴 장동건의 수트입은 모습, 힘들게 외운 박형식의 대사, 하루에 4시간 자던게 3시간 47분으로 줄었다고 상사에게 투정부리고 물고기에게 아빠라고 부르는 최귀화만 남았다.

원작에서는 마약을 즐기는 주인공의 모습이나 복잡한 머리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는데 반해 ‘슈츠’의 초반은 이미지에 집중했다. 최고 학벌만 인정하는 잘나가는 변호사,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음에도 대리운전하며 살아가는 청년가장. 두 주인공의 캐릭터는 미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했다기에 차별성이 없다.



이런 점으로 인해 장동건은 전작 ‘신사의 품격’ 김도진이 직업만 바꾼 듯한 느낌을 준다. 박형식은 ‘화랑’, ‘힘센여자 도봉순’에서의 귀여운 모습을 지우려 애쓰는 듯 하지만 투톱이라기에는 장동건에 압도당한다. 비중 있게 등장한 최귀화는 최강석에 대한 열등감에, 잠 잘 시간을 분단위로 세는 강박에, 애완 물고기에 다정한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인물을 연기하는 본인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것처럼 다가온다.

미국 드라마는 보통 초반에 몰입도를 최대한 끌어올린 뒤 이야기를 풀어간다. 호흡을 짧게 구성해 시청자의 긴장을 쥐락펴락한다. ‘슈츠’ 역시 이 점을 노렸다. 고연우가 최강석의 사무실에 들어가 면접에 합격하기까지 그러려니 예상하며 보던 이야기 막판에 툭 던진 반전.

비까지 흠뻑 맞은 채 출근해 상사를 기다리던 고연우에게 최강석이 던진 한마디 “넌 해고야.” 그런데 바로 뒤에 등장한 예고편에서 열심히 일하는 고연우의 모습. 최강석이 채근식을 정보유출자로 의심하는 모습. 고연우를 마약운반책으로 몰려던 재벌2세 박준표(이이경 분)가 “아빠 나 진짜 죽어” 하며 끌려가는 모습. 반전이라기엔 충격이 없다.

수가 너무 읽히는 드라마는 긴장이 없는 법이다. 법을 다투고, 심각한 두뇌싸움을 담기에 초반 예상되는 에피소드도 다소 약하다. 남는건 결국 배우들의 슈츠, 양복빨 밖에 없을 수도 있다.

김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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