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플루티스트 최나경 "플루트·비올라·하프 어색한 3중주? 용감한 감동 밀려오죠"

올 세종문화회관 상주음악가 선정

빈 심포니 첫 여성 수석 출신

총지휘 나선 공연 내일 첫 선

"타인 삶에 긍정선율 울렸으면"

플루티스트 최나경 /권욱기자



바이올린과 피아노에 비해 국내 스타가 많지 않은 플루트 연주자 가운데 최나경(34·사진)은 독보적인 이력을 보유한 아티스트다. 그는 지난 2012년 245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세계적 오케스트라인 빈 심포니의 첫 여성 수석주자로 발탁되면서 클래식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최나경은 1년 뒤 단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찬반 투표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재계약에 실패했다.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던 최나경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낙마’하면서 음악계에서는 성·인종 차별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 아픔을 이겨내고 요즘은 세종문화회관 상주 음악가로 제2의 음악인생을 시작한 최나경은 최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당시의 기억에 대해 “숱한 오해를 낳을 수 있어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지금처럼 솔리스트로 활동하는 게 너무나 행복하다는 사실”이라고 미소 지었다. “빈 심포니에 있을 때는 마음이 동하는 연주 제안이 들어와도 일일이 오케스트라의 허락을 받아야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마음 내키는 대로 솔로 연주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참 좋아요. 다시 ‘회사 생활’을 하라면 못할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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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심포니를 떠난 뒤에도 베를린 심포니, 바덴바덴 심포니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눈코 뜰 새 없는 활동을 이어온 최나경은 올해 세종문화회관의 상주 음악가로 선정됐다. 최나경은 ‘마이 시크릿 플루트 다이어리’라는 부제가 달린 ‘2018 세종 체임버 시리즈’를 총지휘하면서 당장 오는 28일 하피스트 야나 부쉬코바, 비올리스트 이한나와 함께 무대에 올라 드뷔시·비제·라벨 등 프랑스 작곡가들의 음악을 선보인다. 이 공연을 시작으로 6월30일, 10월27일, 12월29일에 연이어 피아니스트 휴성과 기타리스트 박규희, 코리안쳄버오케스트라 등과 다양한 실내악 무대를 꾸민다. “첫 번째 공연에서 연주할 곡 중 하나가 드뷔시의 ‘조각배(En Bateau)’입니다. 플루트와 비올라·하프의 3중주를 지금도 어색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은데 그 오래전에 드뷔시는 세 가지 악기를 위한 곡을 쓸 만큼 용감한 작곡가였어요. 플루트 실내악은 쉽게 접할 기회가 많지 않지만 막상 공연을 보면 관객들이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거예요.”

최나경은 상주 음악가라는 이름에 걸맞게 네 차례 공연의 프로그램과 구성을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짜겠다고 달려들었다가 진땀을 뺐다고 한다. “첫 번째 공연은 ‘봄의 향기’, 두 번째는 ‘아메리칸 드림’, 세 번째는 ‘쉘 위 탱고’, 네 번째는 ‘바흐 러버스’ 이런 식으로 제 나름대로 각 무대의 콘셉트를 우선 정했어요. 그 콘셉트에 맞춰 레퍼토리를 구성하면서 공연 전체를 기승전결의 흐름이 있는 스토리처럼 만들려고 했어요. 힘들어서 혼났지만 그만큼 뿌듯하고 보람찬 경험이었습니다.”

최나경은 지난 2011년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의 재임 기념식에 연주자로 참석했다가 직업에 대한 고민과 회의를 품은 적이 있다는 뜻밖의 고백을 털어놓기도 했다. “반기문 총장님이 여성과 교육·인권·기아에 대해 연설하시는 것을 들으면서 제가 평소에 갖고 있던 고민이 한낱 보잘것없이 느껴졌어요. 음악을 아무리 잘해도 아프리카에서 굶어 죽어가는 어린이에게 밥 한 공기 주지 못하잖아요. 물론 저는 플루트 연주자로서 계속 발전하는 것이 꿈이지만 그때 결심했어요. 음악에 몰두하는 것만큼 음악 이외의 삶도 의미 있게 살아야겠다고, 음악을 통해 다른 이들의 삶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연주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사진=권욱기자

플루티스트 최나경 /권욱기자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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