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明鏡止水] 간병 공덕

병간호로 몸도 마음도 지칠땐

'복의 밭' 일군다고 생각하길

간병이 팔복전 가운데 가장 커

최상의 부처님 공양과 같아

월호스님·조계종 행불선원 선원장




얼마 전 어떤 분이 힘든 표정으로 간병의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집안 어른이 오랜 지병으로 병원에 누워 계시는데 병간호를 위해 오랫동안 거의 매일같이 다니다 보니 몸도 마음도 지쳐간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당장 간병을 그만둘 상황도 아니었으므로 억지로라도 하기는 하지만 점차 짜증이 늘어나기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으로 간병할 때마다 자신의 공덕통장에 하루에 100만원씩 입금된다고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하루에 100만원이라. 적지 않은 돈이다. 어디 가서 하루에 10만원 벌기도 쉽지 않은데 100만원이라면 무언들 하지 못하랴. 하루에 100만원씩 받는데 조금 힘들다고 설마 짜증을 내겠는가.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오히려 가급적 오래 간병해 많은 공덕이 쌓이기를 바랄 수도 있지 않을까.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마음으로 꾸준히 연습하면 연습한 대로 현실에서 이뤄진다. 그러므로 복의 열매가 열리기를 원한다면 ‘복전(福田)’을 일궈야 한다. 복전이란 ‘복의 씨앗을 심는 밭’이라는 뜻이다. 특히 부처님께서는 여덟 가지 복전을 일러주시고 간병공덕에 대해 가르침을 주셨다.

“여덟 가지 복전이 있으니 첫째 우물 파 물 보시하기, 둘째 나루터에 다리 놓는 일, 셋째 험한 길을 잘 닦는 일, 넷째 부모님께 효도하기, 다섯째 스님께 공양 올리는 일, 여섯째 병든 사람 간호하는 일, 일곱째 재난당한 이를 돕는 일, 여덟째 무차대회를 열어 일체의 고혼을 천도하는 일이다.”

이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이 팔복전 가운데 병자를 간호하는 일이 가장 큰 복전이니 병든 자를 잘 보살펴주는 것은 부처님께 최상의 공양을 올리는 것과 같으니라.”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면 무량한 큰 복을 짓는 것이 된다. 예컨대 말리카 왕비는 부처님께 공양 한 끼 올린 공덕으로 하녀의 신분에서 곧바로 왕비가 될 수 있었다. 병자를 간호하는 것은 이와 다름없는 최상의 복전이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부처님도 몸소 간병을 자처한 일이 있었다.

모든 대중을 초대받은 궁으로 보내고 홀로 남은 부처님께서는 병든 스님의 움막으로 가 대소변으로 찌든 자리를 걷어내고 마른자리를 깔아줬다. 따뜻한 물로 몸을 씻고 새 옷을 갈아 입혀주자 병든 스님은 황송해하며 눈물만 흘렸다. 그때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너는 이렇게 아파 누워 있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느냐?”

“부처님이시여! 저의 생각이 잘못된 줄 아오나 다른 스님들을 원망하는 마음뿐입니다. 아픈 저에게는 죽 한 그릇 제대로 주지 않으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겁게 사는 저들이 짐승만도 못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대가 몸이 건강했을 때 병든 사람을 간호해 주고 대소변을 받아주고 죽을 끓여 주는 일을 해봤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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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병든 스님은 몹시 당황해 하며 말했다.

“부처님, 그런 적이 없었습니다.”

“병든 이에게 약을 달여주거나 몸을 닦아주거나 한 번이라도 너의 몸이 아픈 것처럼 걱정해준 적이 있었느냐?”

“부처님, 건강할 때는 저 역시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찌해 너는 다른 스님들이 보살펴주지 않는다고 원망하느냐. 씨앗을 뿌리지 않으면 열매를 거둘 수 없는 법, 모든 것은 인연을 따라 생겨나고 인연이 다하면 끝나느니라. 남을 괴롭히면 나 또한 괴로움을 당하게 되고 남의 재물에 손해를 입히면 나의 재물을 잃게 될 날이 오며 남을 매질한 자는 매질 당할 때가 오느니라. 또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한 자는 제 마음이 찢어지는 아픔을 겪게 될 것이니 무엇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 밭에 씨를 잘 심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느니라.”

부처님의 말씀에 병든 스님은 크게 깨우쳐 눈물을 흘렸다. 이어 부처님께서는 게송(찬송가)을 읊어주셨다.

“머지않아 이 몸 땅바닥에 버려지고 마음 또한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리.

그때 덧없는 이 몸은 실로 썩은 나무토막보다도 소용없으리.”

이 게송을 듣고 티사 비구는 아라한과(아라한의 깨달음의 경지)를 성취하였다. 몸의 극심한 병고로 오히려 최상의 과위(수행의 공으로 진리를 깨닫고 얻은 자리)를 얻게 된 것이다.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은 그저 돌일 뿐이다. 걸려 넘어지면 걸림돌, 딛고 일어서면 디딤돌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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