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토요워치]농업 '6차 산업화' 시대…귀농에도 女風 분다

블로그·인맥 등 활용, 판로개척에 유리

여성 1인 귀농가구 3년만에 45%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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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남편과 함께 인테리어 사업을 해온 김삼순(54)씨는 지난 2006년 홀로 귀농을 결심했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억대 농부’ 성공기를 보고는 ‘나도 농사나 지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환상은 깨졌다. 경기도에 땅을 사 무화과나무를 심었지만 연 수입이 100만~200만원에 그쳐 결국 3년 만에 농사를 접었다.

두 번째 도전은 달랐다. 농업기술센터 바이오대학원까지 다니며 농업의 기초부터 공부했고 판로개척을 위해 블로그도 개설했다. 두 번째 작물로 택한 여주를 키우면서 김씨는 블로그에 농사일지, 그날그날의 일상, 반려동물 키우기 등 ‘삼수니아즈메’의 민낯을 기록했다.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김씨를 믿고 찾는 단골손님도 늘었다. 186평에서 시작한 김씨의 밭은 이제 3,000평으로 늘었고 매년 3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김씨는 “비료 포대를 옮기고 예초기로 풀 베는 것부터 시작해 여자라서 힘든 것은 너무 많지만 여자라서 더 잘하는 일들도 많다”며 “이제 영농활동도 여성이 빠지면 존립이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여자는 농사를 꺼린다는 것도 옛말. 귀농에도 ‘여풍’이 불고 있다. 귀농귀촌종합센터에 따르면 여성 귀농가구주는 2016년 4,145명으로 전체의 32.2%를 차지한다. 여성 혼자 귀농하는 1인 귀농가구는 2016년 기준 2,888명으로 3년 전에 비해 45% 증가했다. 전체 1인 귀농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달한다. 귀농인 3명 중 1명은 여성인 셈이다. 여성 귀농 바람의 배경에는 농업의 6차 산업화가 자리하고 있다. 농작물을 단순 생산(1차)하는 차원을 넘어 가공·유통(2차)과 마케팅(3차)을 통해 더 큰 부가가치를 생산해내느냐 여부가 성공의 열쇠가 됐다는 얘기다. 최민규 전북 귀농귀촌지원센터장은 “최근에는 생산보다 더 중요한 게 판로개척”이라며 “블로그와 인맥을 활용해 판로를 개척하는 데 있어 섬세한 여성이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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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김제에서 귀리와 딸기를 재배하고 있는 박미라씨는 대표적인 ‘6차 농업인’이다. 상품성 좋은 딸기를 키우는 것은 기본이고 직접 딸기잼을 만들어 팔고 어린이 딸기 체험행사도 진행한다. 귀리만으로도 연간 1억원이 훌쩍 넘는 매출을 올렸던 박씨는 올해 두 번째 수확하는 딸기로 매출 1억4,000만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박씨는 “딸기를 키우고 딸기잼을 만들어 팔려면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마케팅도 잘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는 여자가 더 강점을 지닌다”고 말했다.

농촌생활에도 남성보다 여성이 잘 적응하는 경우가 많다. 귀농 성공의 필수조건인 지역주민과의 관계맺기에 여성들이 더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는 것이다. 최 센터장은 “각종 마을행사나 친목모임에 여성은 스스럼없이 참가하는 반면 남성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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