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업계 최초로 NH투자증권(005940)은 약 두 달 가량 평생 수수료 무료 이벤트 ‘시즌1’을 진행한 결과 6만2,000계좌가 신규 개설됐다. 대체입고 등을 포함한 예탁금은 7,650억원이 늘었다.
고객은 늘었지만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비율을 알 수 있는 약정 시장점유율은 제자리였다. 지난해 7월 NH투자증권의 시장점유율(MS)은 7.5%에서 8월 7.02%로 되려 감소했다. 신규 고객의 거래 증가보다는 기존 고객의 거래 이탈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수수료 무료 이벤트 시즌1이 끝난 11월부터 MS는 줄곧 7%대에 머물러 있다.
삼성증권(016360)도 3월부터 ‘비대면 계좌개설 주식수수료 평생 무료’ 캠페인을 진행했다. 한 달간 5만 명 이상의 고객이 늘었지만, MS는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10월 7.1% 수준에서 연말 6%대 초반까지 감소했던 MS는 이벤트가 시작된 3월 6.77%로 전달 대비 0.33%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벤트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수수료 인하 경쟁은 2009년 하나대투증권(현 하나금융투자)이 키움증권(039490)과 같은 0.015% 수수료 서비스인 ‘피가로’를 출시하며 시작됐고, 지난해부터 증권사들이 앞다퉈 수수료 무료 경쟁에 나서며 격화됐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평균 수수료율은 0.209%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0.01%까지 떨어진 상태다. 유관기관 수수료를 제외하면 무료 수수료 혜택을 받는 것은 0.0056% 수준에 불과하다. 100만원을 거래할 경우 56원의 혜택을 받는 셈이다.
증권사의 수수료 무료 이벤트로 신규 고객은 늘었지만 계좌만 개설하고 주식 매매를 하는 진성고객은 그리 많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여러 증권사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고객들이 많아 증권사 입장에서는 인건비, 시스템 관리 등 유지비용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을 교란시키는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 경쟁이 시작되기 전 수수료 수익은 매출액의 70% 수준으로 높은 비중이었으나, 현재는 20% 수준까지 감소했다”며 “신규로 유입되는 투자자들은 수수료가 싼 곳을 찾아다니며 계좌를 개설하는 일명 ‘철새’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만 성과가 좋아 보이는 착시효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