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과 내용 모두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이뤄낸 ‘4·27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진행된 만찬에서도 격식을 깬 자유롭고 흥겨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만찬 참석자들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서로 술잔을 주고받으며 남북이 한데 어우러지는 장면을 연출했다.
문재인 대통령 주최로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만찬은 ‘완전한 비핵화 명기’ 등을 포함해 풍성한 성과가 담긴 ‘판문점 선언’을 이끌어냈다는 자축의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제외한 남북 참석자들은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인사와 술잔을 주고받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정상이 함께한 자리였지만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참석자 모두 돌아다니며 대화하고 술을 권했다”면서 “지금까지 봐왔던 그 어떤 만찬보다도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날 남북의 퍼스트레이디로서 첫 상견례를 한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김 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는 만찬장 바로 옆자리에 앉아 술잔을 주고받으며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당초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는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만찬이 진행되면서 리 여사가 김 여사 옆으로 와 술을 권하며 오랜 대화를 이어가자 문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리 여사에게 김 여사의 옆자리를 양보했다. 또 리 여사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사이에 앉아 있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잠시 자리를 비우자 이번에는 김 여사가 리 여사와 김 부부장 사이로 자리를 옮겨 셋이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만찬을 통해 부쩍 가까워진 덕분인지 리 여사는 배웅하는 김 여사에게 귀엣말을 하며 다정한 장면을 연출했다.
양측 수행원을 포함한 참석자들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덕담을 주고받으며 격의 없는 대화를 이어갔다. 만찬에 참석했던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부모님을 실향민으로 둔 가족으로서 이산가족 문제를 빨리 해결하자고 건의하면서 ‘절대로 후퇴할 수 없는 큰길로 만들자’고 제안하자 김 위원장은 크게 공감하며 ‘함께 노력하자’고 화답한 뒤 문배주를 ‘원샷’했다”고 전했다. 모든 테이블을 돌며 참석자들에게 술을 권한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은 1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통일부 장관이던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과 만나 “도대체 10년 동안 어디에 가 계셨습니까”라며 그간의 안부를 물었다.
가수 조용필씨와 윤도현씨는 만찬 도중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을 포함한 북측 가수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만찬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또 북측이 준비한 마술공연을 관람할 때는 두 정상이 파안대소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제주에서 온 초등학생 오연준군이 ‘고향의 봄’을 부르자 김 위원장과 김 부부장 남매가 따라부르기도 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편안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로 진행돼 오랜 기간의 냉전이 참 무색하다 싶었다”며 “김 위원장도 경직되거나 고압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만찬은 예정보다 40분가량 훌쩍 넘겨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