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발언대] 뒤틀린 것을 돌려놓는 평화

나핵집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통일위원장




우리 몸의 자세가 바르지 못하면 뒤틀어진다. 몸이 병들고 통증을 느끼는 것은 잘못된 자세로 인한 몸의 뒤틀림 때문이다. 몸의 자세를 바로잡고 균형이 유지되면 몸의 통증이 사라진다.

지난 광화문의 촛불혁명은 뒤틀린 나라의 모습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뒤틀린 모습을 적폐라고 불렀다. 이 적폐로 온 나라가 아픔과 고통을 겪었다. 모두 나라다운 나라,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원했다. 헌법의 가치가 지켜지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생의 길을 원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가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친구가 아닌 경쟁의 대상이 될 때 공생의 길은 요원해진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삶 속에서 이전투구하며 살아왔다. 그러는 사이에 평화를 상실했다. 뒤틀린 삶 속에서 신음하며 무감각한 삶을 살아오고 있다.


우리 사회의 뒤틀린 것들이 어디서 왔을까.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 핵심은 분단체제다. 허리가 잘린 채 같은 몸을 몸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아니 이제 서로 다른 몸으로 여기고 있다. 한 몸이면서 분리된 채 서로 다른 몸으로 여기며 살아온 가슴 아픈 역사가 오늘 우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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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에서 불어온 바람은 어느새 우리 주변을 푸른색으로 바꾸고 화사한 꽃들로 채워놓았다. 봄은 생명과 희망으로 바뀌는 신비한 계절이다. 제주 4·3 추념식에서 뒤틀린 역사를 바로잡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마디 말은 ‘제주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였다. 남측의 예술단들이 잘린 허리를 넘어 북측에 가서 공연했다. 공연 제목은 역시 ‘봄이 온다’였다.

봄은 그 따스함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까지 이어주는 신비한 힘이 있다. 지난해 이맘때 한반도는 전쟁 위기의 한가운데 놓여 있었다. 언제 이 땅에 불행한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에 떨어야 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서로 발을 내디디며 손을 맞잡았다. 마침내 그렇게 염원하던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고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우리 몸속의 끊어진 신경과 핏줄들을 세밀하게 이어가는 의사의 손길이 필요한 때다. 끊어진 부분들이 잘 보이지 않으면 현미경을 통해서라도 이어가고 뒤틀린 부분들이 바로잡혀 전쟁과 불안에서 벗어나 진정한 평화를 누릴 날을 꿈꿔본다.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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