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리디아 고, 연장전 이글로 마음고생도 날렸다

LPGA투어 메디힐챔피언십 최종

연장전서 이글 잡고 이민지 꺾어

슬럼프·코치 갈등설 딛고 정상

'약속의 땅'서 우승도 뜻깊어

"고생한 우리 가족·팀에 감사"

뉴질랜드교포 리디아 고가 30일(한국시간) 미국 LPGA 투어 메디힐 챔피언십 연장전에서 이글을 잡아 우승을 결정지은 뒤 만감이 교차한 듯 하늘을 우러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FP연합뉴스뉴질랜드교포 리디아 고가 30일(한국시간) 미국 LPGA 투어 메디힐 챔피언십 연장전에서 이글을 잡아 우승을 결정지은 뒤 만감이 교차한 듯 하늘을 우러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FP연합뉴스



18번홀(파5)에서 벌어진 첫 번째 연장전. 234야드 남은 지점에서 리디아 고(21·뉴질랜드)는 3번 페어웨이우드로 힘차게 두 번째 샷을 날렸다. 그린 앞에 떨어져 굴러가기 시작한 볼은 홀 옆으로 살짝 지나쳐 약 80㎝ 거리에 멈췄다. 앨버트로스가 될 뻔했던 그림 같은 샷에 힘입어 이글을 잡으며 길었던 부진의 터널을 빠져나온 순간이었다.

리디아 고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디힐 챔피언십(총상금 150만달러)에서 21개월 만에 우승하는 감격을 누렸다. 그는 3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레이크머세드 골프클럽(파72·6,507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1타를 줄여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한 뒤 연장전에서 이민지(22·호주)를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세계랭킹 1위를 지켰던 리디아 고가 지난 2016년 7월 마라톤 클래식 제패 이후 1년9개월 만에 거둔 투어 통산 15번째 우승이었다. 짧은 이글 퍼트를 홀에 떨궈 우승을 확정한 뒤 그는 고개를 뒤로 젖힌 채 한참을 서 있었다. 잠시 후에는 눈물을 쏟기도 했다. 앞선 42개 대회 출전에서 승수를 보태지 못하는 동안 겪었던 많은 일이 뇌리를 스치는 듯했다.


최연소 우승과 최연소 세계 1위 등 기록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하던 리디아 고는 2016년 8월 리우 올림픽 은메달 이후 슬럼프 조짐을 보였다. 그러자 10승을 함께했던 캐디 제이슨 해밀턴, 스윙코치 데이비드 레드베터와 결별하고 클럽을 교체하는 등 모든 것을 바꾸며 반등을 노렸다. 하지만 특단의 조치에도 지난해에는 2014년 투어 데뷔 후 처음으로 우승 없이 시즌을 보냈다. 지난해 6월에는 2015년 초부터 총 104주간 꿰찼던 세계 1위 자리에서도 내려왔다. 올 들어서도 이전까지 8개 대회에 나가 HSBC 월드챔피언십 공동 10위가 유일한 톱10 입상이었던 그는 세계랭킹은 어느새 18위까지 밀렸다. 부진이 이어지면서 레드베터 코치와 리디아 고의 아버지 사이에 감정 섞인 논란도 일었다. 경기 안팎에서의 마음고생을 이겨내고 마침내 ‘우승 갈증’을 푼 리디아 고는 “우리 모든 가족과 팀은 이 순간을 위해 정말로 열심히 해왔다”면서 “사람들은 ‘이래서 또는 저래서 우승을 못하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현재의 일에만 신경을 쓰려 했고 그래서 (이번 우승이) 큰 안도감을 준다”고 털어놓았다.

관련기사



리디아 고는 ‘텃밭’ 레이크머세드 골프클럽에서 부활을 알려 더욱 뜻깊었다. 그가 2014년과 2015년 스윙잉스커츠 클래식에서 2년 연속으로 우승한 곳이다. 이곳에서 열린 4차례 대회에 참가해 3승으로 75%의 승률을 기록하며 확실한 ‘약속의 땅’으로 만들었다.

0115A21 최종성적


이날 1타 차 선두로 출발한 리디아 고는 7번홀까지 2타를 잃어 2위였던 제시카 코르다(미국)에 한때 선두 자리를 내줬다. 코르다가 보기를 범한 10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단독 선두를 되찾았지만 이후로는 이민지의 거센 추격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민지 역시 2012년 이곳에서 열린 US 여자주니어선수권 우승을 차지해 뜻깊은 코스였다. 앞선 조에서 경기한 이민지는 이날만 4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로 먼저 정규라운드를 마쳤다. 리디아 고도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교포 선수끼리 연장 승부에 돌입했다. 연장전에서는 리디아 고가 두 번째 샷으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통산 6승을 바라봤던 이민지도 마지막까지 버디로 최선을 다했지만 준우승으로 만족해야 했다. 우승상금은 22만5,000달러(약 2억4,000만원).

한국 기업이 신설한 이번 대회에선 한국 국적 선수가 톱10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주최사인 메디힐의 후원을 받는 유소연(28·메디힐)이 신지은(26·한화큐셀), 이미향(25·KB금융그룹)과 나란히 3언더파 공동 18위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세계 1위 박인비는 이븐파 공동 31위, 2위 펑산산(중국)은 코르다 등과 함께 8언더파 공동 3위로 마감했다.


박민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