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칼럼]마크롱의 서방세계 구하기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 'GPS' 호스트

美, 이란과 핵협정 파기 위험

통제불능 사태 자초 우려에

기존틀 유지속 절충안 제시

양국 압박하며 새해법 시도

파리드 자카리아파리드 자카리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이번 주 워싱턴 국빈방문은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로 요약된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화제를 뿌리거나 호의를 불러일으키는 것 이상의 일을 하려 애쓰고 있다.


마크롱은 도널드 트럼프가 서방연합을 분열시키려는 것을 저지하는 한편 그가 이미 난기류에 휩싸인 중동을 더 이상 흔들지 않도록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트럼프를 다루는 그의 솜씨는 복잡한 일련의 동작을 깔끔하게 수행하는 숙련된 댄서를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먼저 트럼프를 한껏 치켜세운 뒤 공손하게 반대의사를 표시하면서 절충해법까지 동시에 제시한다.

마크롱이 실제로 성과를 끌어낼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는 지난 수요일 나와 몇몇 언론인들이 참석한 조촐한 모임에서 “트럼프는 국내 문제 때문에 이란 핵 합의를 파기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긴장의 시기가 따라올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그 정도는 약과다.

만약 트럼프가 이란에 대한 제재 재가동 여부를 결정해야 할 마감시한인 5월12일 실제로 핵 합의를 파기할 경우 테헤란 역시 강경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지난 월요일 내게 “일단 우리가 발을 빼면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모든 제한도 끝난다”고 밝혔다.

자리프는 “핵 합의를 통해 우리는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언질을 줬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문을 읽어보지도 않은 것 같다”며 “첫 장 셋째 줄을 보면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거기에는 시간제한이 없다. 우리가 사용한 단어는 절대 아니라는 부정의 뜻을 지닌 결코(never)다. 시간제한은 국제사회에 진정성을 보여줘 신뢰감을 높이기 위해 우리가 시작한 핵에너지 프로그램에 자발적인 제한을 두겠다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마크롱은 이란이 합의에서 이탈할 것으로 확신하지 않는다. 이란이 발을 빼면 미국은 테헤란에 더욱 더 강력한 제재를 취할 것이고 사태는 통제불능 상태로 빠져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에게 이란인들의 반응을 자제시켜줄 것을 촉구하면서 양측이 새로운 전향적 방법을 찾아 나간다는 데 합의할 계획이다.


마크롱은 사적으로, 그리고 공개적으로 “세계의 지도국가가 앞장서 서명한 합의를 스스로 파기하는 것은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를 압박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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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를 파리기후협정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결정에 이어 세계무역기구(WTO)를 약화시키고 이제 이란과의 합의까지 깨려 드는 행정부로부터 나온 실망스러운 패턴의 한 부분으로 본다.

마크롱은 이란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협정에 서명한 후 이란은 예멘·레바논과 시리아 등 권역 내 개입을 확대하는 결정을 내렸다. 탄도미사일 무기를 강화했고 제재완화로 올린 이득을 국민에게 돌리는 대신 무장민병대 자금과 대외공작금으로 활용했다. 현 상황은 이런 잘못된 결정들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어찌 됐건 마크롱은 하릴없이 고민하는 대신 어떻게든 전향적인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여기서 그의 멋들어진 새로운 핵 합의 제안이 나온다.

얼핏 트럼프처럼 들릴지 몰라도 마크롱은 실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것을 제안한다. 그가 제시한 새로운 접근법의 첫 번째 기둥은 기존의 핵 합의를 수정하거나 축약하지 않은 채 고수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다루고, 중동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맞받아치며, 8년에서 25년에 걸쳐 있는 현재 핵 합의의 다양한 타임라인 너머로 이란의 결의를 확대한다는 나머지 세 개의 기둥을 추가로 제시한다.

다시 말해 이란이 이런 새로운 이슈들에 대한 협상을 시작하는 데 동의한다면 기존 합의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란이 이런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확실치 않다.

트럼프가 ‘최악의 협상 결과’로 낙인찍은 이란 핵 합의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동의할지도 불투명하다. 결국 양측 모두가 그들의 현재 위치에서 내려와야 한다.

해당 이슈에 정통한 한 이란 인사는 왜 기존의 핵 합의를 둘러싼 비난이 테헤란과 워싱턴 양측에서 좀처럼 끊이지 않는지에 관한 흥미로운 관찰 결과를 내놓았다.

40년 동안 미국과 이란은 반복적 행동에 길들여져왔다. 미국은 이란에 압력을 가하고 위협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라는 생각에 젖어 있는 반면 이란은 용감한 저항이야말로 그들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핵 합의는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대화의 동력을 창조하려는 노력이다. 그러나 이란 핵 합의는 양쪽 국가 모두에서 반발만 불러일으켰다.

마크롱은 대화와 외교를 위한 새로운 길을 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가 실패한다면 그것은 워싱턴, 심지어 테헤란에조차 너무 많은 사람이 옛 패턴에 안주했기 때문일 것이다.

무작정 예전의 익숙한 패턴만 고집할 경우 그들은 우리를 긴장과 갈등, 그리고 아마도 전쟁의 길로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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