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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교하 소초' 확성기 철거현장 가보니] 30분 만에 절반 해체...작업하는 장병들 표정도 밝아

육군 9사단 교하중대 교하소초 장병들이 1일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 통제구역내 설치돼 있는 고정형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장병들 뒤로 임진강과 북녘 땅이 흐릿하게 보인다./파주=권욱기자육군 9사단 교하중대 교하소초 장병들이 1일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 통제구역내 설치돼 있는 고정형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장병들 뒤로 임진강과 북녘 땅이 흐릿하게 보인다./파주=권욱기자



1일 오후2시 서부전선 최전방 교하 소초. 탁 트인 임진강을 앞에 두고 급하게 비탈진 언덕에 자리 잡은 교하 소초에 순간적인 긴장감이 흘렀다.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버스로 불과 4분여 거리. 흐린 날씨 탓에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으나 임진강 건너 북녘이 바로 눈앞에 들어왔다. 소초 오른쪽 아래 곱게 뻗은 왕복 8차선 자유로는 차량으로 붐볐다. 도로 건너편에 고급 주택단지 같아 보이는 곳이 눈에 띄었다. 안내 장교에게 물으니 신흥 음식점 단지 ‘프로방스’라는 답이 돌아왔다. 바로 아래가 카페촌으로 유명한 파주 헤이리 예술인마을이란다.


일상과 분단이 섞여 공존하는 현실을 새삼 절감하는 순간, ‘작업 개시’ 명령이 떨어지자 군 장병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민간 기술자 3명의 지원을 받은 대북 확성기 방송시설 철거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취재진의 촬영과 질문으로 작업이 방해받는 와중에서도 32개 스피커의 절반을 해체하는 데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전기와 발전기 등 모든 시설을 완전히 철거하는 데는 8시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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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은 이날을 기해 모든 대북 확성기 방송시설의 철거작업에 들어갔다. 교하 소초의 작업은 그 출발점. 공교롭게도 대북 확성기 방송의 시작과 끝이 겹친다.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한 시기는 지난 1963년 5월1일. 북한이 대남 확성기 방송을 시작하자 맞받아쳤다. 전선에서의 상호 비방 방송 41년째인 2004년 6월 남북은 장성급 군사회담을 통해 ‘서해 우발충돌 방지와 군사분계선 일대 선전활동 중지’에 대해 합의하며 상호 비방을 접었다. 시설도 일단 철거했다. 그러나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철거한 확성기 방송시설을 다시 깔았다. 2015년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로 재개했다가 같은 해 중단했다. 특히 2016년 1월 북한의 제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개시한 역사를 안고 있다.

‘판문점 선언’으로 인한 대북 확성기 방송시설 철거가 이전과 다른 점은 완전 철수. 예전에는 철거 후 보관이었으나 이번에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가 확인될 경우 방송시설은 군사 용도에서 해제될 예정이다. 군 심리전단 관계자는 “방송시설의 평화적 이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시설을 철거하는 장병들의 표정에도 활기가 엿보였다. 무게 35㎏가량인 스피커를 들고 산비탈을 내려가는 장병들은 힘든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 외형상으로 철거작업이 3분의2 정도 이뤄진 오후2시50분 무렵, 작업장 일대가 다소나마 밝아졌다. 구름을 헤치고 나타난 한줄기 햇살이 교하 소초 일대와 북녘의 관산반도 일대를 밝혔다.
/파주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권홍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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