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금융업 메기' 더 키우겠다더니…은산분리 그물에 걸린 금융위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방안 발표]

핵심인 은행 인가단위 개편은 미루고

현실성 없는 인터넷은행 추가 검토만

미니보험·증권사 허용도 '곁가지'

"은산분리 완화 등 근본규제 풀어야"

0315A10 금융업 진입규제 완화 방안 주요 내용



금융권 진입 규제 완화로 이르면 내년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이어 또 다른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전유물이던 금융사 진입 정책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로 넘어간다.

또 자본금 규제를 완화해 애완동물 전문 손해보험사나 비상장 주식 특화 증권사 등의 설립도 가능해진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감독원과 금융연구원 등 연구기관, 은행연합회 등 업권별 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런 내용 등을 담은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이 업권별 진입 규제를 전면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내놓은 것은 외환위기 이후 20여년 만이다. 금융사 진입 규제를 완화해 금융산업 경쟁을 촉발하고 소비자 편익을 증대하려는 취지다.


금융당국이 이번에 금융업 진입 문턱을 낮췄다고는 하지만 기대했던 효과를 내기는 한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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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제3의 인터넷은행 인가와 관련해 은산분리 완화 법안이 2년 가까이 국회에 발이 묶여 있는 상태에서 인터넷은행에 도전할 사업자가 추가로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변죽만 울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회가 은산분리 예외를 인정해 인터넷은행 효과를 극대화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여권 등의 반대 기류가 만만치 않자 사실상 제3 인터넷은행 출범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청와대가 ‘금융개혁 청부사’로 선임했던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대표적인 은산분리 반대론자로 통한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가 은산분리 완화를 전제로 하는 인터넷은행이나 특화은행 출범을 밀어붙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정적으로 은행업 진입 문턱을 낮추려면 은행업 인가 단위를 개편해 다양한 특화은행을 등장시켜야 하는데 장기 과제로 밀렸다. 소비자나 창업기업 전문은행처럼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은행을 만들어 시장에 긴장을 불어넣는 ‘메기 효과’를 일으키겠다는 취지에서 필요한 것이지만 금융위의 구상과 달리 은행 인가 단위 개편은 결국 ‘없던 일’이 됐다. 김 부위원장은 “은행은 금융업의 ‘맏형’ 격으로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다양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어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은행업을 제외한 보험 및 금융투자업에서는 특화 금융사 출현을 위한 다양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보험업에서 상당수 규제가 완화돼 ‘펫보험’ 등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미니·특화 보험사가 다수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100억~200억원의 자본금을 마련해야 했던 보험업 자본금 규제를 대폭 낮출 계획이다. 현재 일본은 소액단기보험사에 한해 1,000만엔(약 1억원) 이상의 최저 자본금만 갖추면 별도 인가를 거치지 않고도 보험사를 설립할 수 있는데 이 제도를 참고해 구체적 도입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난 2003년 도입됐으나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 온라인 보험사 활성화를 위해 인터넷 쇼핑몰에서 간단 소액보험을 판매하는 것도 허용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대한 진입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중개 업무만 전문으로 하는 증권사가 등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하고 1인 투자자문회사의 자본금 요건을 낮추는 한편 부동산 신탁회사의 신규 진입도 허용하기로 했다. 중개전문특화증권사에 대해서는 투자중개업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하고 자본금 요건을 현행 30억원에서 15억원으로 낮출 계획이다. 금융권 진입 규제 완화가 본류가 아닌 가지만 건드리는 식으로 끝나버린 것이다.
/서일범·박성규기자 squiz@sedaily.com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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