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투자가 이르면 올 하반기 추가 증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이 5,000억원가량 늘어났지만 애초 계획했던 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 3조원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오는 2025년까지 비은행 비중 30%를 목표로 잡은 하나금융그룹 역시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투는 자본금 3조원을 목표로 하반기 추가 증자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투는 지난달 현금배당액 1,505억원을 제외한 5,495억원을 증자해 자기자본 2조5,416억원을 달성한 바 있다. 이후 해당 자금을 실탄으로 인수합병(M&A) 및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동산금융 등 IB 부문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증자 효과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제기하는 곳이 많다. 실제로 나이스신용평가는 하나금투의 증자와 관련해 “자기자본이 증가해 이익 창출력이 확대되겠지만 여전히 IB 요건인 3조원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당초 증자 목적이 초대형 IB로의 도약이었던 만큼 자기자본 3조원을 맞추기 위한 작업이 이른 시일 내에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이 되면 기업신용공여와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등을 할 수 있다. 특히 PBS는 신용 제공, 컨설팅, 증권 대차 등 헤지펀드 같은 전문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모든 서비스를 한번에 제공할 수 있다. 은행 부문이 80% 이상인 하나금융그룹 역시 비은행 부문 비중을 늘려야 하는 만큼 하나금투의 증자를 통한 역할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신한금융투자·NH투자증권 등 경쟁사들은 모회사 지원으로 자기자본 늘리기에 나선 바 있다. 업계 10위권 밖이었던 KB증권도 현대증권 인수를 통해 초대형 IB로 거듭나는 상황에서 하나금투 역시 앉아만 있지 않고 발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추가 증자를 위해서는 이미 증자한 자금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관건이다. IB 부문에서 제대로 된 실적을 내는지가 추가 증자의 기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하나금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774억원으로 전년 대비 11.2%, 당기순이익은 1,462억원으로 68.8% 증가했는데 IB 부문에서 굵직한 사업 건을 많이 따낸 것이 비결이었다. 2조원 규모의 한온시스템 인수금융에서 하나은행과의 협업을 통해 공동 주선했고 7,000억원 규모의 현대중공업 계열사 유상증자에 대표주관을 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3월 증자도 진행됐다. 하지만 올해는 M&A 업계에 대형 매물이 많지 않고 경쟁사들이 앞다퉈 IB 부문을 강화하고 있어 하나금투의 고민도 커지는 모습이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당초 한꺼번에 1조원을 증자할 경우 수익성(ROE)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시기를 나눠 증자에 나서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이른 시일 내에 추가 증자를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나금투 관계자는 “증자 시기와 규모 등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전했다. /강도원·박시진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