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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①] ‘챔피언’ 권율 “마동석, 든든한 곰같이 친근하고 귀여워”

약아빠진 권율을 상상해 본 적이 있을까. ‘젠틀’ ‘스마트’ ‘밀크남’으로 불리던 배우 권율이 영화 ‘챔피언’(감독 김용완)에서 잔머리 좋고 임기응변에 능한 진기 역으로 변신했다. 마동석과 의외의 브로맨스 호흡까지 맞추니 ‘챔피언’은 권율의 새로운 발견이다.

배우 권율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배우 권율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챔피언’은 타고난 팔씨름 선수 마크(마동석)가 잔머리가 먼저 도는 남자 진기(권율), 갑자기 아이들과 함께 등장한 마크의 여동생 수진(한예리)의 도움을 받아 챔피언을 향한 뒤집기 한판을 그린 국내최초 팔뚝액션.


과거 어떤 인연도 없이 진기는 마크와 미국에서 만났을 뿐이지만 타향살이를 하는 사람끼리의 공감대로 금세 인연이 엮이게 된다. 이는 마크가 팔씨름 세계를 제안한 진기의 전화 한 통에도 곧바로 한국에 달려올 수 있었던 이유다. 사리에 밝은 진기는 마크의 진가를 끌어낸 단짝이자 그의 인생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권율은 ‘챔피언’에서 진기 역을 통해 연기 변신을 한 것에 대해 “코믹 연기가 생각보다 어렵더라. 코미디 호흡을 갖고 계신 분들이 굉장히 대단하다고 느꼈다”며 “나는 드러내는 개그는 자신이 없고 은연중에 보이는 개그를 잘 하는 것 같다. 캐릭터와 내 개성의 맞닥뜨리는 지점을 찾는 게 쉽지는 않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진기 역할은 어떻게 보면 그간의 ‘코믹한 조력자’라는 캐릭터 공식을 대입해 연기할 수 있었지만, 권율은 캐릭터가 결코 평면적이지 않게 전사에 신경 썼다. “감독님과 시나리오 밖의 전사에 대해 많이 얘기하며 연기했다. 진기와 마크의 미국생활을 풀어내는 것 등에서 익숙하게 설명으로만 빠지지 않으려 했다. 진기는 유학을 하면서 다민족과 갈등을 겪고 그걸 도와준 마크와 끈끈해졌는데, 그게 우리의 출발점이었다. 그래서 마크가 진기의 전화 한 통에도 한국에 달려올 수 있었다.”

배우 권율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배우 권율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의외로 찰떡같이 진기의 능청스러움을 잘 표현했다는 반응에 권율은 “감독님께서 ‘최악의 하루’에서의 내 모습을 보시고 진기로 더 가볍고 밝게 표현하길 원하셨다. 어쨌든 우리영화의 톤앤 매너가 따뜻하고 밝고 착한영화였다. 까칠하고 삐뚤어진 캐릭터보다 착한영화의 강점을 살리려 했다”며 “마동석 선배님이 코미디 호흡을 많이 하셔서 내가 많이 물어보면서 했다. 내가 낯을 가리긴 해도 주변 사람들과는 재미있는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한다.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접근하려 했다”고 말했다.


마동석과는 2008년 윤종빈 감독의 ‘비스티 보이즈’ 이후 크게는 10년 만의 조우였다. 아무래도 두 번째 호흡이다 보니 역할에 몰입하기에도 편했다는 게 권율의 설명이었다. “마동석 선배와는 한 번의 벽을 부수는 작업을 거치지 않았다. 그래서 현장에서 더 가감 없이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사실은 마동석 선배와 2012년 ‘범죄와의 전쟁’에서 만난 적이 있다. 마동석 선배가 나이트에서 시비가 붙어서 맥주병을 맞고 쓰러지는 신이었는데, 내가 그 나이트 무대에 선 ‘가짜 소방차’ 멤버 중에 리더 역을 맡았다.” 그러면서 권율은 “나에겐 ‘범죄와의 전쟁’이 리미티드 에디션 같은 작품이다”고 진기처럼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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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율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 느낀 ‘마동석’이란 배우의 존재감은 어떨까. “10년 전에 뵀을 때도 지금도 현장에서 느낀 마동석 선배의 존재감은 크다. 그 때도 좋은 배우였고 좋은 사람이었다. 존재감이 어마어마했다. 예전부터도 맛있는 걸 많이 사주신 형이었고 동생들도 잘 챙겨줬다. 실제로도 ‘마요미’(마동석+귀요미)스런 부분이 있다. 그런 모습이 이제 관객들에게 잘 보이는 것 같다.”

배우 권율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배우 권율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예나 지금이나 몸집이 계속 크셨는데, 그에 비해 평소에는 말도 그렇고 되게 섬세하게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동생들도 잘 챙겨주셔서 무섭거나 위협적이지 않고 오히려 친근했다. 든든한 곰같이 친근하고 귀여웠는데 내 편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국 영화에서 확실히 마동석 선배님의 캐릭터 장르가 있는 것 같다. 마동석 선배님은 한국형 히어로 같아서 기인의 능력을 보여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내가 좀비를 20명 때려눕히면 판타지 같겠지만 마동석 선배님은 진짜로 그게 가능할 것 같지 않나. 거기에 관객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배우 한예리와는 같은 소속사 식구일 뿐만 아니라 2016년 ‘최악의 하루’와 ‘사냥’에 이어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 권율에게는 ‘챔피언’이 더 없이 적응하기 편한 촬영장이었다. “한예리 배우는 같은 소속사이면서 사적인 자리에서도 많은 교류를 하는 친구다. 한예리 배우는 충무로가 사랑하는 여배우이면서 진심으로 연기를 한다. 그가 연기하면 많은 이들이 숨죽여 지켜보게 된다. 상대배우로서 온전히 함께 숨을 쉬기만 해도 신이 완성된다. 후배지만 뚝심이 있고 존경하는 배우다.”

‘챔피언’의 또 다른 꽃 ‘쭌쭌남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극 중 싱글맘 수진의 아들 딸 준형(최승훈), 준희(옥예린)에 대해서는 “너무 사이좋게 지냈다. 똘똘하고 영리한 친구들이어서 너무 예뻤고 건강한 에너지가 됐다. ‘쭌쭌남매’는 저희 영화의 가장 킬링포인트였다. 스포츠 영화의 공식 안에서 쭌쭌남매의 역할이 컸다. 아이들과 호흡하는 것 자체로 현장 분위기가 잘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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