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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②] ‘챔피언’ 권율 “매일 일기, 하정우·마동석·윤계상 영향”

“드라마에서는 나이스하고 깔끔한 본부장 느낌 혹은 악역을 보여줬다면, 영화에서는 멀쩡하게 생겼지만 ‘최악의 하루’ ‘잉투기’처럼 허당기 있는 캐릭터를 여러 번 보인 것 같다. 아무 걱정 없이 잘 살 것 같은데 그 안에 반전과 강렬함이 있는 인물 말이다. 하지만 아직 여러모로 캐릭터를 구축해나가는 과정이다. 딱히 ‘밀크남’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건 아니고 연기 욕심이 많은 것이다. 다양한 걸 해 보고 싶다. 물론 ‘밀크남’ 캐릭터가 와도 감사하다.”






배우 권율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배우 권율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배우 권율이 자평한 현재의 모습. 이번 영화 ‘챔피언’(감독 김용완)에서 그는 잠시 반듯함을 내려놓고 드라마 ‘귓속말’ 때와는 또 다른 결의 스마트함으로 단연 눈길을 끌었다. ‘챔피언’에서 진기 역을 맡은 권율은 두뇌회전이 빠르고 눈치 100단인 스포츠 에이전트로, 마크(마동석)의 재능을 꿰뚫어보고 세계 팔씨름대회에 출전시키며 그의 가족까지 찾아준다.

‘챔피언’을 보면 권율을 과거 드라마 속 이미지로만 평가할 게 아니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다. 특히 영화에서 변하는 권율의 얼굴은 다채롭다. 잘 재단돼 양식과 규범을 중시할 것 같은 첫 이미지에서 이내 의외성이 튀어나올 때 주는 흥미로움이 있다. ‘챔피언’에서는 묵직한 마동석의 반대 지점에서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존재’를 택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권율은 실제 자신의 모습에 대해 “털털하고 활발하고 유쾌한 스타일이다. 남자 사람들과 농구하고 자전거를 타는 등 활동적인 걸 즐겨 한다. 요즘은 농구 플레이오프 시즌이라 그걸 신경 쓰고 있다”며 “나는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주변 사람들은 내 기본적인 애티튜드가 나이스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챔피언’의 주제인 팔씨름에 대해 과거 얼마만큼 관심이 있었는지 묻자 “중고등학교 때와 대학교 MT 때 팔씨름을 한 정도다”며 “쇼프로를 통해 팔씨름 선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이번 영화를 통해 팔씨름의 세계가 체계적이고 연맹도 있고 선수들끼리의 유대나 훈련과정도 여느 스포츠 선수와 다를 게 없다는 걸 알았다”고 밝혔다.

배우 권율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배우 권율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또한 권율은 “‘챔피언’ 현장에서는 오히려 팔씨름을 금지했다. 팔씨름이 잘못하면 다칠 위험이 많은 스포츠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근육이 많은 경우 잘못 힘을 주면 뼈가 으스러질 수도 있다”고 이번 영화를 통해 배운 지식을 방출했다.


문득 마동석의 팔씨름 장면을 떠올린 그는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마동석이 출연했을 당시, 몽골에서 오랜 기간 촬영하면서 덩치 좋은 스태프들과 중국 스태프들이 하루 날을 잡고 팔씨름대회를 한 ‘썰’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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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들은 얘기지만 거기서 마동석 선배님이 무술팀을 다 제압하고 이겼다고 전해졌다. 남자라면 한번쯤 검증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는데 전설처럼 내려오는 얘기다. 형이 복싱선수 제안도 받았고 운동을 오래 깊게 많이 해보셨다. 나는 형의 손을 한 번 잡고 바로 놔버렸다.(웃음) 마치 움직이지 않는 벽을 미는 느낌이었다.”

2007년 27세에 드라마 ‘달려라 고등어’로 데뷔한 권율은 이제 12년차 배우다. 스스로도 결코 이른 데뷔가 아니었음을 의식하고 현재도 한창 연기에 의지를 불태우는 중이다. “배우가 곧 나의 생활이고 사람으로서의 밑거름이 되는 것 같다. 배우의 삶과 내 삶이 같이 가는 것 같다. 나는 하루하루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살고 싶고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 계획에 있어서 타협하지 않으려 한다. 운동, 명상 시간을 꼭 갖고 매일 아침마다 ‘한 줄 일기’를 쓰고 하루를 시작한다.”

배우 권율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배우 권율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일기란 게 여간 쓰기 쉬운 것이 아닌데, 권율은 지금도 계속 지켜나가고 싶은 것 중 하나라 강조했다. 요즘 자주 적는 표현이 “절실하게, 감사하게”라고 하니 연기에 대한 갈증과 욕심이 전해졌다.

“익숙해지다 보면 안일하게 될 때가 있는 것 같다. 감사하고 행복하게 살려 한다. 그렇게 시작하면 하루의 시간이 소중하고 1분 1초의 시간이 값지게 되는 것 같다. 배우라는 직업 자체에 대해 승진시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정체되고 머물러 있을 때 고립된다는 생각도 있었다. 지금은 모든 게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걸 하더라도 ‘뭐 달라지겠냐’는 생각이 결국 안 좋게 될 수 있겠다. 그걸 생각하는 시작점이 중요한 것 같다.”

지금 시점에서 권율이 꿈꾸는 배우로서의 모습은 어떨까. “하루하루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무궁무진하게 성장해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도 어떤 생각으로 도달할까가 궁금하다. 배우생활을 하면서 느낀 게, 주연을 하고 사랑 받는 배우들의 공통점은 너무나 성실하고 노력파가 많다는 것이다. 체력들도 엄청 좋으시다. 건강한 신체와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하겠다. 공부를 잘 해야 하는 조건과 같다.”

“하정우, 마동석, 윤계상 선배, 한예리 배우가 활동적이면서 하루를 알차게 산다. 그런 마음의 시작이 나의 ‘한 줄 일기’로 간 것 같다. 내가 데뷔를 27세에 했는데 주목을 바로 못 받아서 부침의 시간도 있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그랬다. 그 당시엔 너무 괴로운 시간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갚진 순간이었다. 힘든 일이 왔을 때도 그걸 견뎌낼 수 있는 심리적인 안정감이 생긴 것 같다.”

그렇게 한껏 진지해졌다가 마지막으로 ‘챔피언’을 볼 관객들에게 전하고픈 말로는 “이 영화를 통해 행복감과 따뜻함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저희 영화는 굉장히 착한 영화다. 마음이 정화되기 때문에 최근 미세먼지로 갑갑해진 마음을 씻어주시기 바란다”고 물 흐르듯 자연스런 유머로 마무리 짓는 권율이다. 아직 권율에게서 발굴해낼 이면이 많은 것 같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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