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중고생용 새 역사 교과서 집필기준 최종 시안에서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이 ‘민주주의’로 바뀌고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라는 내용이 빠지면서 헌법학자들과 야당이 반헌법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서울경제신문 헌법 분야 펠로(자문단)는 3일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 표현을 뺀 것은 헌법 위배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경 펠로인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것은 헌법 제3조 영토조항상 북한을 불법집단으로 보고 있는 조항과 맞물려 있다”며 “남북교류 화해,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이 있다고 해도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았다는 게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라고 지적했다. 김문현 이화여대 명예교수도 “현행 헌법상으로는 대한민국 영토가 한반도와 부속 도서로 돼 있어서 대한민국 정부가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보는 게 일반적인 견해”라며 “현행 헌법에서 새 역사 교과서 집필기준은 3조 영토조항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다만 헌법학회장을 지낸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제사회 현실이나 헌정 현실에서 봐도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위헌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헌법 전문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삭제하는 것은 불필요한 이념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장 교수는 “헌법에 그간 자유를 명시했던 것은 북한의 인민민주주의와 분명히 구분 짓기 위한 것”이라며 “교육부의 집필기준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교수도 “헌법 전문에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명시적으로 규정했는데 논쟁적인 부분을 건드려서 (교육부가) 왜 그런 풍파를 일으키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신 교수는 “민주적 기본질서를 설명하는 데도 자유민주주의냐, 사회민주주의도 포함하는 것이냐는 해석의 여지가 있는 사회과학적 개념인 만큼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보수 야당들은 대한민국의 가치를 왜곡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를 맹비난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헌법에서 ‘자유’를 빼고자 했던 민주당의 헌법 개정 시도를 결국 학생들이 배워야 하는 교과서를 통해 실현하겠다는 것으로 전형적인 교육의 정치화”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역사교육에 정치권이 개입해 ‘감 놔라 배 놔라’ 하고 대통령이 자기 역사관을 역사교육에 강요하는 게 적폐”라고 정부를 향해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박우인·양지윤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