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5년 만에 금 투자를 재개하고 미중 무역갈등으로 금값이 반등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국내 투자자는 거꾸로 금을 팔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보다 남북에 이은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위험자산 선호도가 부쩍 높아졌다.
3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4월 5,016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11개 금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3,748억원으로 약 25% 줄었다. 연초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해 비트코인 등 새로운 투자 자산이 등장한데다 주식시장 호황이 이어져 귀금속 시장의 선호도가 낮아졌지만 올해 금리 인상과 미국 경기회복 둔화 등으로 다시 안전자산에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물가 상승 및 뉴욕증시 조정 위험이 커지면서 금값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유진 킹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과거 여섯 차례 금리 인상기 중 네 차례는 금값이 상승했다”며 5년 만에 금 강세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에도 국내 금 투자 분위기는 위축됐다. 금펀드 투자 규모는 올해 1·4분기 지속적으로 감소했으며 연초 이후 887억원의 설정액이 빠져나갔다. 수익률도 저조하다. 최근 3개월간 금펀드 수익률은 -5.31%를 기록했으며 일주일 사이에도 2.40% 하락했다. 국내 금 시세도 2% 하락했다. 금값은 지난 1월 1,365원까지 오르며 기대를 모았지만 최근 다시 하락해 1,200원대 재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국내에서 금 투자가 외면받은 가장 큰 이유는 대북 리스크 해소다. 금은 화폐 가치 하락시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어 흔히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변동성이 크다. 연초에는 금리가 인상되고 미중 간 무역전쟁으로 불확실성도 커 금 투자 선호도가 높았지만 최근 동북아 정세가 해빙 분위기에 들어서면서 위험자산으로 투자 수요가 몰렸다. 실제로 최근 코스피 지수는 2,510을 넘어서면서 다시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런 이유로 연초 ‘안전자산에 투자할 때’라고 말하던 전문가들은 급작스럽게 변화하는 한반도 정세에 맞춰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는 분위기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금은 다른 자산과 상관관계가 낮아 분산 효과가 크기 때문에 자산 다변화를 통한 포트폴리오 위험을 낮추는 방안으로 편입하길 권한다”면서도 “현재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어 매수 시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내용을 확인한 후 금 관련 투자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수급 측면에서는 올해 전반적으로 금 시세가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장신구 및 기술재 중심으로 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환경규제로 인한 광산생산 감소로 금 공급은 제한될 것”이라며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 트럼프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금 가격 상승 압력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