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심희섭을 두고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데 특별한 배우다’라고 이야기 한다.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친근한 얼굴인데, 그 안에서 묘한 힘이 있다. 더불어 왠지 모를 처연한 눈빛과 표정이 사람을 이끄는 힘을 가진다. 그렇기에 그가 연기했던 ‘작은 신의 아이들(이하 작신아)’ 주하민이라는 인물의 여운은 컸다. 그의 표정 속에 상처와 분노가 공존했던 것.
지난해 MBC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부터 SBS ‘사랑의 온도’, 웹드라마 ‘알 수도 있는 사이’ 등에 연이어 출연하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심희섭은 연기로서도 인지도로서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한 해를 보냈다. ‘변호인’ 출연 당시 윤중위는 알아도 심희섭은 모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던 상황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 주로 작품마다 캐릭터 접근은 어떻게 하는 편인가
하는 행동과 대사에 이 사람이 생각하는 바가 표현이 되는 거잖아요. 거기부터 다양한 상상을 시작하는 편이에요. 뚜렷한 노하우가 쌓여서 그 방식을 차근차근 따라갈 만한 능력은 아직 안 되지만, 조금 더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물론 생각한 것만큼 아직 다 표현을 하지는 못하는 것 같고요. 저만의 노하우는 계속 연기를 하면서 쌓아가야 할 것 같아요.
▲ ‘변호인 윤중위는 알아도 심희섭은 모른다’라는 이야기가 있을 때도 있었는데 최근 몇 작품 출연하면서 심희섭이라는 이름을 알린 것 같다. 달라진 인지도 실감하나
조금씩 인지도 변화를 체감하는 것 같아요. 특히 카페 회원수로 체감이 돼요. 그분들은 저에게 관심이 있어서 찾아주신 분들이니까요. 그리고 식당에 가면 어머님들이 알아보시더라고요. 이전에 해왔던 것들이 쌓여서 얼굴을 기억해주시는 것 같아요. 고기를 먹으러 갔는데 껍데기를 서비스로 주시더라고요(웃음).
▲ ‘역적’부터 ‘작신아’까지 거의 공백 없이 활동해온 것 같다. 활동에 대한 욕심이 많은 편인가
운 좋게 다양한 역할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직 제가 먼저 작품을 골라서 할 수 있는 입장은 아직 아니고요. 감사하게 시기가 잘 맞아 떨어져서 저에게 좋은 작품들이 찾아왔던 것 같아요. 쉼을 두고 싶지 않은 조급한 마음도 약간은 있었죠. 제가 배우로서 다양한 걸 경험 해보기에도 모자란 시간인데 굳이 쉼을 둘 필요가 있나 싶었어요.
▲ 많은 팬들이 심희섭이라는 배우에게는 왠지 모를 ‘애조’, ‘처연함’이 있다는 말을 한다. 그동안 맡은 캐릭터들이 상대적으로 트라우마나 상처를 가진 인물이 많았다. 그게 아니면 대부분 반듯한 이미지였고. 캐릭터나 이미지에 대한 틀을 깨고 싶다는 바람은 없을까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맡은 역할들이 공통분모가 있네요. 그래서 독립영화를 할 때는 그런 공통분모가 없는 캐릭터를 하려고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아직 이미지에 대한 틀이라는 것은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그런 것을 깨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는 위치나 능력도 아직 안 되고요.
▲ 맡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
최근에 예전에 개봉했던 영화 ‘놈놈놈’을 봤는데, 거기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멋지더라고요. 그런 역할도 맡아보고 싶고, 로맨스 장르도 해보고 싶고요. ‘알 수도 있는 사람’에서 로맨스를 해보긴 했지만, 2부작으로 너무 짧았어요.
▲ 원래 성격은 어떤가. 숫기가 많이 없는 편인 것 같다
숫기가 많지 않아요. 시간이 갈수록 낯도 점점 가리게 되고요. 예전에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하면서 기분이 환기됐던 것 같은데, 점점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과 만나서 편하게 이야기 하게 되더라고요.
▲ 상대적으로 늦게 데뷔했는데, 조바심은 없었나
주변에 학교 다닐 때부터 일을 시작하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그래도 그런 것들에 대한 조급함은 없었던 것 같아요. 당장 학교에서 연극을 하고 연기를 하는 것도 너무 즐겁고 좋았으니까요. 그러다 우연치 않게 ‘변호인’을 찍었는데, 끝나고 나서도 조급함 보다는 모르는 게 많아서 대처하지 못한 부분들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더라고요. 지금 조금씩 여러 작품을 만나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나이에 비례한 조급함은 없어요.
▲ 이제 심희섭이라는 배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기대치도 커진 것 같다. 부담감은 없나
이제 시작하는 입장이어서 차근차근 해 나가면 그런 것도 잘 이겨낼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그런 것도 제 일의 한 부분이잖아요. 아직은 부담감을 크게 체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극보다는 매너리즘이나 반복되는 연기나 일에 지치지 않게 새로운 걸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더 크게 들어요.
▲ 연기를 할수록 더 어려워 하는 것 같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더 어려워지고 고통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전보다 나아져야겠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가끔은 저를 더 가혹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싶어요. ‘이정도 했는데, 더 해야지’라는 생각이요. 큰 무대일수록 더 그렇다고 생각해요.
▲ 차기작 계획은
아직은 없어요. 휴식을 많이 취할 생각은 없고, 충전할 수 있는 시간만큼 아주 잘 쉬어서 다시 일을 열심히 해야죠.
▲ 어떤 배우로 남고 싶나.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일단 휴식을 취하고 바로 다음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어요. 늘 전보다 나은 연기를 보여드리는게, 저뿐만 아니라 저를 응원해주시는 팬 분들을 위해 할 일인 것 같아요. 지금은 어떤 배우라고 정의를 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그보다는 오랫동안 보시는 분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경력이 많이 쌓이면 그때는 어떤 생각이 들지 궁금하네요.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