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반도체·모바일·디스플레이·가전 등 크게 4개 부문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이 지난해 거둔 영업이익은 총 53조6,500억원. 반도체(35조2,000억원, 65.0%) 비중이 압도적이고 모바일(11조8,300억원, 22.0%), 디스플레이(5조4,000억원, 10.0%), 가전(1조6,500억원, 3.0%) 순이다. 반도체 사업이 부진할 경우 삼성전자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구조다.
문제는 반도체 경기 부침이 심하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으로 삼성전자가 반도체로만 분기당 10조원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지만 불과 10년 전인 지난 2008년만 해도 삼성전자 반도체는 2개 분기 연속 6,000억원대의 적자를 봤다. 대만 반도체 기업들을 중심으로 가격 경쟁이 심화하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친 탓이었다. 1990년대 초반에는 미국 반도체 업계가 삼성전자를 반덤핑 제소로 공동 견제하면서 수출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이 곧 끝난다’는 비관론도 힘을 얻는 상황. 반도체 수요 증가에 비해 공급 증가 속도가 빨라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아울러 올해 말부터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물량 공세가 시작된다. 당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이 우위에 있지만 세계 최대 반도체 수요처인 중국이 반도체 자급률을 높일 경우 삼성전자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영업이익 비중은 올해 70%를 넘어서며 계속 확대될 예정”이라며 “반도체가 꺾이면 삼성전자가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모바일과 가전의 경우 시장 성장 정체가 수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경쟁 업체들의 스펙 향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스마트폰·가전 업계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가 대대적 신제품 마케팅을 벌여도 고객 반응은 예전만 못하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오히려 제품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가격 저항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삼성전자 모바일 부문의 영업이익은 2013년 25조원에 육박했지만 2014년 14조5,600억원으로 추락한 후 2015년부터 매년 10조원을 겨우 넘고 있다. 가전의 경우 지난 1·4분기 영업이익이 3,000억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2015년 2·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디스플레이는 중국발 액정표시장치(LCD) 가격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LCD 중심에서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 기업으로 변신했지만 OLED 분야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빠르게 이뤄지는 모습이다. 부품사의 부진이 삼성전자에 전가되는 상황도 속출하고 있다. 삼성의 OLED 패널을 탑재한 ‘아이폰 X’ 판매가 부진하자 삼성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이 급감했고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에 패널 공급가격 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반도체 실적에 가려진 부문별 상황을 보면 삼성이 국내에서 두드려 맞을 상황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