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칼럼] 트럼프가 '이민위기'를 조장하는 이유

불법이민 뚜렷한 감소세에도

"미국 좀먹는 위협" 매도 공세

대중의 문화적 불안감 불지펴

중간선거 지지 끌어내기 전략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 ‘GPS’ 호스트




도널드 트럼프는 최근 중남미에서 북상한 밀입국자 그룹이 통제를 벗어나 끊임없이 미국을 위협하는 이민과 불법 및 폭력을 상징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상황이 점점 위험해지고 있다. 이젠 아예 ‘큰 무리를 지어’ 온다”는 트윗을 날렸던 그는 최근 “우리 국경을 짓밟고 떼거지로 몰려드는 불법이민자들은 미국의 이민법이 얼마나 허약하고 비효율적인지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다르다. 2017년도 미국 관세국경보호청 보고서에 따르면 불법월경은 기록이 집계되기 시작한 후 최저 수준이었다. 물론 트럼프는 이 같은 감소를 그의 이민정책으로 인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남쪽 국경에 사상 최대 규모의 병력을 배치했으며 불법월경을 40년래 최저 수준으로 줄였다고 거친 언어를 구사해가며 자랑스레 말했다.

독자들이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위에 언급한 국정연설은 2013년도 것이었고 당시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였다.

실제로 지난 20년간 불법이민은 뚜렷한 감소추세를 보였다. 그동안 남서부 국경지역에서 국경순찰대가 체포한 불법입국자는 2000년 160만명에서 2017년에는 30만명으로 거의 80%가 줄어들었다.

멕시칸은 트럼프 집권 이전에 이미 미국 입국자 수보다 출국자 수가 많았다.

퓨리서치센터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09~2014년 미국에서 태어난 어린이를 포함해 100만명의 멕시코인들이 홀로 혹은 가족을 이끌고 귀국했다. 같은 기간 미국에 도착한 멕시코인 숫자는 87만명에 불과했다.

트럼프가 ‘떼거지’로 묘사한 대상은 빈곤과 갱 폭력, 불경기를 피해 고국을 등진 1,100여명의 중남미인들로 신변안전 차원에서 여행 중 자연스레 한데 뭉친 평화스러운 집단이다. 구성원은 여성과 아이들이 다수를 이룬다.

중남미에서 출발한 이들 중 상당수는 아마도 멕시코에서 북진을 멈춘 채 주저앉을 것이다. 이들 외에 약 200명이 미국에 난민신청을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과거 입국허가율로 봐서 4분의1 정도만 받아들여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이 트럼프가 조작해낸 위험스런 떼거지의 실상이다.


그럼에도 무방비 상태의 극빈자들을 겨냥한 트럼프의 가차 없는 공격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는 불법이민자들을 미국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자 국가 전체를 좀먹을 불법과 폭력의 상징으로 악마화하고 매도했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폭력범죄는 1990년대 초반 이후 66%가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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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트럼프가 이민위기를 지어내는 의도는 무엇일까

그가 중간선거 전략을 찾고 있다는 것이 가장 그럴듯한 대답이 될 법하다. 집권당으로서 딱히 내놓을 결과물이 없는 공화당은 올해 중간선거에서 아무래도 불리한 입장이다.

조 단위의 인프라 사업은 물 건너갔고 인기 없는 트럼프감세법은 기업과 부유층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짜였다는 혹평을 받는다. 약속과 달리 감세에 의한 경제성장 촉진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고 의료보험은 오바마케어의 부분적 폐기로 더욱 복잡해졌다.

집권 1기의 현시점을 기준으로 한 트럼프의 지지율은 미국 근대사에 등장하는 대통령들 가운데 지미 카터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수준이다. 거기에 로버트 뮐러 특검의 수사도 설상가상의 악재다.

이런 막힌 상황에서 공화당이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대중의 문화적 불안감(cultural anxieties)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그리고 이민은 이런 불안감이 한데 응축된 최고의 이슈다.

특히 트럼프의 핵심 지지기반인 대학 졸업장 없는 백인들 사이에서 이민은 소용돌이치는 모든 두려움의 덩어리를 한데 싸잡아 부르는 용어가 됐다.

트럼프는 “그들이 다른 무엇보다 원하는 것은 장벽”이라며 자신의 지지층에 국경장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수시로 언급했다.

사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들의 81%가 국경장벽 건설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성적인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불러내는 것이 최대 관건인 중간선거에서 이민만큼 제대로 먹히는 이슈는 없다. 물론 트럼프가 앞으로 수개월 동안 흑인 운동선수 혹은 경찰 폭력 피해자들을 상대로 시비를 건다 해도 놀랄 것은 없다.

국립과학아카데미가 발표한 새로운 연구보고서를 보면 2016년 선거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은 경제적 불안감보다 지위 불안감(status anxiety), 즉 변화하는 사회에서 힘과 지위가 사라지는 데 대한 두려움에 의해 동기화됐다.

그보다 앞선 여론조사기관인 공공종교연구소(PRRI)의 분석 역시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근로계층 백인 유권자들의 투표 동기를 이해하는 열쇠로 문화적 추방(cultural displacement)을 강조하는 등 국립아카데미의 연구와 유사했다.

트럼프가 학술논문을 읽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그의 지지기반을 충동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직감적으로 분명히 알고 있다. 그리고 그는 두려움의 사실 여부라든지, 국가에 미칠 영향 따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이를 부채질하려는 결의로 불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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