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전격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위원장 은(Chairman Un)’이라 부른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의 미국 측 핵심 책임자인 국무 장관이 북한 최고 지도자인 김 위원장의 성(last name)을 ‘김’이 아닌 ‘은’으로 착각했을 수 도 있다는 점에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폼페이오 국무 장관은 평양으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북미정상회담 관련 질의 응답 시간을 짧게 가졌다. 또 질의 응답 전문은 국무부 홈페이지에 그대로 게재됐는데, 해당 전문에는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을 ‘은 위원장(Chairman Un)’이라 불렀다고 기록돼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의 성을 착각한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 관리가 언어 실수를 저지른 게 처음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지난 해 독일에서 북중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백악관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중화민국(대만, the Republic of China)의 지도자라고 지칭하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대통령’으로 불렀던 게 대표적인 실수다.
뉴욕타임스는 “폼페이오 국무 장관은 신임 장관이긴 하나 그간 북한 문제를 광범위하게 다뤄왔던 중앙정보국(CIA) 국장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실수는 일면 놀랍다”며 “트위터 등에서는 이번 실수가 심지어 북중정상회담이 열린 당일 나왔다는 점에서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미국 측의 준비 부족을 드러낸 모욕(insult)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위원장 은(Chairman Un)’은 트위터에서 삽시간으로 퍼져 나갔고, 한국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은 대미 외교를 수십 년 동안 동일한 관리들이 맡고 있는데 반해 미국은 국무 장관이 북한 최고 지도자의 이름조차 정확히 모른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물론 이번 일이 폼페이오 장관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국무부 실무자의 책임이란 관측도 있다. 존 델러리 연세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와 전화 통화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말을 국무부가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벌어진 실수일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델러리 교수는 “북한은 남한과 달리 이름 사이에 하이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외부 사람들이 헷갈릴 수 있고, 아시아권에선 성 대신 이름을 부르는 게 무례한 일”이라며 이름과 과련된 지역 문화의 특성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