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문재인1주년 인터뷰] "'사람중심 경제'가 생산성 향상 이끈다는 확신 줘야"

<1> 이정희 前 중소기업학회장

"근로자 재량·역량 강화 통해

비용 절감·혁신 가능성 있지만

근로시간 단축·최저임금 인상

경영자 '제로섬' 인식 소지 커

탄력근무 年단위 책정 등 고려를"

9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 1주년을 맞았다. 새 정부는 중소기업계의 숙원이던 중소벤처기업부를 출범시키며 ‘중소기업 중심 경제’의 기치를 내건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으로 대변되는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면서 “한국에서 사업하기 힘들다”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중기부 역시 그 존재감이 매우 희미한 상황이다. 이에 서울경제신문은 ‘문재인 정부 1주년’을 맞아 ‘중소기업 중심경제’를 평가하고 바람직한 정책 방향을 알아보는 중소기업계 전문가들의 릴레이 인터뷰를 연재한다./편집자주




“지금처럼 근로시간을 주 단위로 정하면 제철에 따라 일감을 받아야 하는 중소기업에게 부담입니다. (탄력근무제와 관련) 1년 단위로 근로시간을 정해 단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4월 중소기업학회장직에서 물러난 이정희(사진)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9일 1년간의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반면, 비용 상승은 쉽게 체감된다”며 근로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인상이 단기적으로 기업인에게 비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근로시간 단축 등 문재인 정부의 사람 중심 경제 패러다임의 방향성엔 공감하면서도,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업계에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거라는 확신을 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사람 중심 경제’ 패러다임의 성패는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를 줘 같은 사람이 같은 시간 일을 해도 생산성이 더 커졌다고 보여줄 수 있느냐에 달렸다”라며 “하지만 경영인들은 당장 임금을 올려야 하고 근로시간 맞추는 것도 힘들어하고 있어 정부 정책을 ‘제로섬(zero-sum)’의 관점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정부가 이들을 ‘설득’해내지 못한 결과 “기업인들은 정부정책을 생산성 향상을 위한 게 아닌 근로자 복지수준을 보장하는 노동정책이라고 보고 있다”며 “사람 중심 경제를 구현한 사례를 국내외에서 찾아 기업인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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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의 ‘사람 중심 기업론’은 미시경제와 거시경제에 모두 적용된다. 미시 차원에선 경영인이 단순히 명령을 하달하는 대신 근로자가 마음껏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기업환경을 만들면 같은 직원이 같은 기간 일해도 더 높은 생산성과 비용 절감을 이뤄낼 수 있다는 걸로 정의된다. 그는 “기업인이 명령만 하면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변할 수 없다”며 “근로자에게 ‘알아서 해보라’고 독려하는 쪽으로 기업인이 의식을 바꿔야 직원의 동기혁신도, 기업의 기술혁신도 이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각에서 보면 문재인 정부의 ‘사람 중심 경제’는 ‘사람 중심 기업론’을 거시 차원으로 확대한 프로젝트다. 근로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개개인의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사람 중심 경제를 “장기적으로 포지티브 섬(positive sum)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대기업 거래비중이 50%를 넘어서는 등 중소기업의 대기업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수직적인 대·중소기업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기업 거래 비중이 올라갈수록 대기업의 요구에 따라 제품을 생산할 수밖에 없어 중소기업만의 상품을 개발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사람 중심 기업론’에서 각 직원의 개별 역량을 열어놓자고 강조한 것처럼, 중소기업도 대기업의 요구 외에 자체적으로 혁신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 교수는 중소기업의 브랜드를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 제품을 보면 생산은 중소제조업체에서 다 하지만, 막상 소비자에겐 대기업 브랜드만 알려져 중소기업의 얼굴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가 브랜드를 인지할 수 있어야 중소기업도 무엇을 혁신할지 알 수 있지만 ‘얼굴’이 없는 상태에선 시장과 접촉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라고 설파했다. 이어 이 교수는 “정부가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을 도모할 환경을 조성해 대만처럼 중소기업의 수출 비중을 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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