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최종구, 현장과 소통은 하나

황정원 금융부 기자




“금융당국에서 금융권 희망퇴직을 적극적으로 푸시하고 있다는 게 정말인가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중은행 희망퇴직을 적극 권장하도록 퇴직금도 더 줘야 하고 인센티브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후 은행권이 어수선하다. 고액연봉을 받는 고령자들이 퇴직을 않고 버티면서 은행 생산성은 떨어지고 신규채용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인데, 방향은 맞는다 해도 한평생을 조직에 몸담아온 고령직원을 한순간에 퇴직금을 더 받기 위해 남아 있는 사람으로 전락시켜버렸다. 더구나 60세 정년도 채우기 힘든 상황에서 구조조정의 상시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키워 조직에 대한 로열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속으로 반길 수 있다. 지점에 있는 고연봉 고참 직원을 한 번에 내보내면 현재의 항아리형 인력 구조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돼서다. 실적도 사상 최대라 당국이 구조조정을 장려한다니 부담도 덜하다. 비용 처리를 하면 이자 장사로 앉아서 돈을 번다는 비판도 덜 수 있다. 실제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만 2016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5,600명이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났고 1조7,000억원의 비용이 들었다.


하지만 청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기존 고참 직원들을 내보내는 것을 독려하는 것은 너무나 순진무구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당장 디지털 전환으로 비대면 채널 영업이 보편화됐지만 점포 축소조차도 당국 눈치를 보는 게 현실이다. 안 그래도 남아도는 창구인력을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데 희망퇴직한 만큼 신규채용에 나서겠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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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금리 인상에 따른 부실을 우려해 미리 이익을 충당금으로 쌓도록 고배당을 자제하도록 한 게 금융당국이 아닌가. 희망퇴직을 하면 현재도 1인당 3억원 이상을 챙겨나가서 바라보는 서민들은 괴리감을 느끼는 데 은행이 이익을 퇴직금과 위로금으로 펑펑 더 나눠줘도 괜찮다는 말인지 납득이 안된다. 직원들을 많이 내보내면 정부가 경영평가에서 인센티브를 준다는 것도 금융당국 수장이 공개 석상에서 할 말인지도 의문이다.

가슴을 더 답답하게 만드는 것은 아직 인생 이모작이 어려운 사회 현실을 외면한 채 단기 일자리 성과에 집착해 40대 이상을 직장 밖으로 내모는 금융당국의 인식 수준이다. 희망퇴직 후 은행에 감사역이나 심사역으로 재취업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대부분은 40~50대에 무직자가 돼야 하는데 이렇게 쉽게 얘기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꺼번에 구조조정을 하면 나중에 더 큰 저항이 오기 때문에 여유 있을 때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해하지 못할 바가 아니다. 그렇다고 고참 직원을 등 떠밀 듯이 하는 방식은 너무 투박하다. 은행업 부가가치를 높여 일자리를 더 만들 생각은 않고 고참 직원을 내보내 젊은 직원을 뽑겠다는 것은 안이한 생각이다. 일종의 ‘일자리 돌려막기’는 세대 갈등과 사회적 불안만 키울 우려가 크다. 조만간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으로 단축되는 마당에 은행의 인력운용 전반을 머리 맞대 따져보고 비효율적인 부분을 걷어내 누구나 수긍하는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안타깝다. 금융당국의 수장뿐만 아니라 금융당국 관료 전반의 생각이 이 정도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 앞으로 욕먹을 일은 많을 듯하다. garden@sedaily.com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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