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상당 부분을 현대모비스의 미래 역할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격상시켜 현대차(005380)그룹 전반의 성장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단순히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는 차원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아울러 “존속 모비스의 가치를 책임지고 올리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알토란 같은 AS·모듈 사업을 헐값에 현대글로비스로 떼주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의 성공 여부에 그룹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자동차 업계는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 같은 미래 기술 확보 없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현대모비스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모비스의 역량 강화 작업에 실패하면 현대차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정 부회장이 제시한 현대모비스의 청사진은 전장부품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독일의 보쉬. 그는 “모비스의 롤모델로는 독일의 보쉬와 일본의 덴소, 미국의 델파이가 있다”면서 “단순 부품회사를 넘어서 첨단 기술을 선도하는 보쉬에 비견될 만큼 모비스를 키워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미래 자동차 시장을 이끌 기술로 꼽히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현대모비스의 기술력은 이들 업체보다 한 단계 낮다는 평가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격차를 해소해 나가겠다는 게 정 부회장의 복안이다. 그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전장 분야 등에서 4~5개 기업을 대상으로 전략적 M&A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자체적인 핵심 기술 개발과 대규모 M&A 외에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들과의 오픈이노베이션 방식의 수평적 협력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룹 전반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환원책도 강화할 방침이다. 그는 “그룹 내 각 계열사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해 의사결정 방식을 개선해나갈 것”이라면서 “특히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외국인이나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해 이사회 내 다양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의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라는 엘리엇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주주환원책과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공개된 주주 친화책이 전부는 아니다”라면서 “이것은 시작일 뿐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계열사들이 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하고 수익을 키워 주주환원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효율성 제고에 주력해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기아차는 현대모비스가 확보한 핵심기술을 적용해 소비자 편의를 제고할 수 있는 실차를 제대로 만드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생산 확대 못지않게 생산 효율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산업 트렌드인 공장 자동화에 동참하고 소프트웨어 개발과 자동화 로봇 운영 유지 분야에서 신규 일자리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미국과 중국 시장의 판매 부진은 이른 시일 내에 해소될 것으로 봤다. 정 부회장은 “미국 시장에서 빅 트렌드를 놓치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효과는 내년부터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에 이르면 내년 중 제네시스 브랜드를 출시하고 3~4년 내 가시적인 성과를 낸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