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17일. 이재현(사진) CJ(001040)그룹 회장은 4년의 공백 끝에 경영에 복귀하면서 그룹의 새로운 비전인 ‘월드베스트 CJ’를 제시했다. 2020년까지 36조 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세 개 이상의 사업 부문에서 세계 1등이 되고 궁극적으로는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야심 찬 목표였다. 이는 2020년까지 매출 100조 원, 해외 매출 비중 70%를 달성하겠다는 기존 목표 ‘그레이트CJ’를 한 단계 끌어 올린 것이다. 이 회장이 복귀한 지 1년, CJ는 목표에 얼마나 근접했을까.
15일 CJ그룹의 상장 계열사 7곳(CJ제일제당·대한통운·E&M·CGV·오쇼핑·헬로·프레시웨이)의 올 1·4분기 실적을 확인한 결과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이 회장 복귀 직전인 지난해 1·4분기에 비해 두 자릿수 성장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7개 상장 계열사의 매출은 6조6,000억 원, 영업 이익은 3,3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2.2%, 12.9% 증가했다. 2016년 1·4분기 대비 2017년 1·4분기 매출은 11%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10% 역성장 한 것에 비하면 1년 만에 완전히 반전된 실적이다.
각 계열사별로 보면 성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CJ대한통운은 올해 1·4분기 사상 처음으로 매출 2조 원을 넘겼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5%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53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4% 줄었지만 당기순이익은 348억 원으로 686.1% 늘었다.
CJ제일제당은 1·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10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 증가했으며 매출액은 4조3,486억 원으로 12.5% 늘었다. 특히 이재현 회장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바이오 부문 매출은 지난해보다 13.1% 늘어난 1,814억 원으로 집계됐다. 사료용 아미노산과 식품 조미소재 판매가 늘어나 그린바이오 사업에서 매출이 30% 이상 증가했다. 특히 CJ제일제당은 글로벌 핵산 시장에서 점유율 60%를 달성하는 한편 세계 최대 규모 핵산 시장인 중국에서 시장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등 세계 1위 자리에 오르는 성과도 냈다.
올해부터는 지난 1년간 진행해 온 지배구조 개편과 꾸준한 글로벌 인수합병(M&A)의 효과가 기대된다.
재계에서는 CJ그룹이 연초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을 발표한 것으로 이재현 회장의 사업 재편 작업이 1차적으로 마무리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CJ그룹은 이 회장 경영 복귀 이후 굵직굵직한 사업 구조 개편을 잇따라 발표해 왔다. 지난해 11월 CJ제일제당의 4개 사업부문을 바이오와 식품 두 개로 통폐합 한 것을 시작으로 12월 CJ제일제당이 CJ대한통운의 지분 20.1%를 추가 확보하며 단독 자회사로 구조를 전환해 시너지를 꾀했다. CJ그룹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지난해부터 시작된 사업구조 재편으로 인해 더욱 탄력 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사업 간 글로벌 시너지는 올해부터 본격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