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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독전’ 궤 넘은 류준열..故김주혁에서 조커를 봤다

이해영 감독이 독하게 마음먹고 ‘독전’을 내놓았다. 배우 조진웅, 류준열, 박해준, 차승원, 고(故) 김주혁 모두 기존 연기의 궤를 보기 좋게 이탈했다.

사진=NEW사진=NEW



영화 ‘독전’(감독 이해영)이 15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독전’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범죄극. 두기봉 감독의 ‘마약전쟁’(2013)에서 모티브만 가져와 이해영 감독과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의 정서경 작가가 시나리오를 새롭게 탄생시켰다.

과거 ‘신라의 달밤’ 원안, ‘품행제로’ ‘안녕! 유에프오’ ‘아라한 장풍대작전’ 각본, ‘천하장사 마돈나’ ‘페스티발’ 연출과 각본으로 유쾌한 드라마를 주로 선보이던 이해영 감독이 장르의 다변화를 시도한 건 2012년 ‘26년’ 각본을 쓰면서부터다. ‘26년’으로 5.18 민주화 이야기를 꺼내더니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로 미스터리, ‘독전’으로 범죄액션물에 도전했다.

‘독전’에서는 의문의 폭발사고 후 오랫동안 마약 조직을 추적해온 형사 원호(조진웅) 앞에 조직의 후견인 오연옥(김성령)과 버림받은 조직원 락(류준열)이 나타난다. 원호는 연옥과 락의 도움을 받아 아시아 마약 시장의 거물 진하림(김주혁)과 브라이언(차승원)을 만나면서 구심점 이선생의 실체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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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도입부만 봐도 거대 스케일과 범죄 장르에 목말랐던 이해영 감독의 욕망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폭발사고를 당한 연옥이 형사 원호를 찾아가 조직의 실체에 대한 정보를 흘리는데, 호랑이굴에서도 꿀리지 않는 압도적인 기 싸움이 관객을 금세 집중케 한다. 이 포문은 계속되는 인물들 간의 세밀하고 날선 신경전을 암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은 죄다 독할 수밖에 없다. 환각을 사고파는 마약세계에서 정작 가장 요구되는 건 정신줄이다. 그 냉엄한 세계를 그려야 했기 때문에 배우들 역시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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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은 맹목적으로 극한까지 내달리는 인물, 류준열은 절제됐지만 내면에 강렬한 기억이 내재돼 있는 인물, 박해준은 강한 자 앞에선 약하고 약한 자 앞에선 강한 인물, 차승원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미스터리한 인물, 고 김주혁은 처음부터 끝까지 악랄한 인물로 경주마처럼 질주한다.

이들이 연기한 캐릭터들은 판화와 같이 거칠고 강렬한데, 특히 고 김주혁의 약에 찌든 연기가 자레드 레토의 ‘조커’를 연상시킬 만큼 인상적이다. 진하림의 여인으로 분한 진서연의 열연도 마고 로비의 ‘할리퀸’ 버금가게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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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 못지않게 감독이야말로 이번에 이갈고 연출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로케이션, 액션, 음악 등 모든 요소에 힘을 줘 미장센을 만들었다. 사전정보 없이 본다면 이해영 감독의 작품이란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용산역, 염전, 호텔이 새롭게 보이고, 기관총 난사가 신선한 액션 미장센을 더한다.

다만 내달리는 ‘행위’에 초점을 맞추느라 원호가 그토록 열성적인 이유에 한순간 공감이 부족해질 수도 있는데, 이는 다른 인물들이 마약에 매달린 행위처럼 이해할 수 있겠다. ‘독전’의 큰 줄거리와 같이, 실체는 없지만 ‘몰두하는 행위’에 심취하는 인간의 묘한 욕구를 들여다볼 수 있다. 22일 개봉.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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