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남북 고위급 회담 연기에 경협주 '와르르'

대한전선·현대로템 등 일제 급락




북한이 16일로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그간 증시를 주도했던 남북 경제협력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경협주가 건설과 산업재 등 다양한 업종에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는 탓에 이들 업종 지수까지 끌어내리며 악재가 번졌다. 펀더멘털이 아닌 이벤트에 움직였던 주가가 북한의 부정적인 제스처 한번에 무너진 것이다.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서 대북 송전 관련 테마를 형성했던 대한전선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35원(23.26%) 내린 1,765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원전선우(-21.76%), 성신양회우(-21.39%), 현대비앤지스틸우(-20.94%), 삼성중공우(-20.69%) 등 경협에 우선주 투자 바람까지 더해졌던 종목들의 낙폭이 컸다. 현대로템(-15.69%), 현대건설(-6.35%), 현대엘리베이터(-10.33%) 등 경협 수혜가 몰렸던 범현대가 종목들 역시 내림세를 기록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이화공영(-18.55%), 좋은사람들(-16.24%), 신원(-14.67%), 재영솔루텍(-10.98%), 제이에스티나(-9.11%) 등 개성공단 테마주를 비롯해 내림세가 확산했다.


경협주 전반의 하락으로 업종 지수도 내려앉았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비금속광물(-7,13%), 건설업(-4.51%), 철강·금속(-3.08%), 기계(-3.02%) 등 향후 남북 경제협력 확대 시 북한 인프라 구축에 수혜를 볼 것이라고 기대를 모아온 업종들이 일시에 하락세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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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협주의 추락은 이날 뉴욕증시 약세 등의 여파로 코스피 지수가 횡보(전 거래일 대비 0.05% 상승)한 것에 비춰도 과도하다는 분석이다. 다음 달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상승세를 지켜온 경협주가 북한의 고위급회담 취소 한번에 매우 큰 폭으로 출렁였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증시 주도주가 바이오에서 경협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개인들이 경협주 투자로 쏠리는 만큼 자칫 개미의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도 비금속광물과 건설, 철강·금속 등 지수가 하락한 업종의 경우 외국인과 기관은 매도 우위를 보인 반면 개인은 순매수세를 나타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경협주가 급등세를 보여온 만큼 일시적으로 조정에 들어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남북관계를 주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자국의 지지율이 여전히 높은 등 경협주의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지표는 여전히 견고하다”며 “낙관심리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펀더멘털과 무관한 경협주 바람이 정세 변화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나타낸 만큼 옥석을 가려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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