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역사학자 리처드 캐번디시 등이 2009년 쓴 ‘죽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세계역사 1001일’에 담긴 ‘허리케인 카트리나’ 부분이다.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 뉴올리언스의 참상을 짐작할 만하다. 카트리나와 비슷한 악몽이 지난해 다시 미국을 엄습했다. 허리케인이 10개나 미국 본토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한 것. 한 해에 두 자릿수의 허리케인이 발생한 것은 1893년 이후 124년 만에 처음이었다.
미국 4대 도시 휴스턴을 휩쓴 하비는 70명에 가까운 사망·실종자를 냈고 어마는 플로리다 반도 전체를 강타해 미 재난 역사상 가장 많은 200만 명 이상이 대피했다. 마리아는 푸에르토리코를 관통해 섬 전체의 전력 인프라를 파괴했다. 이로 인한 피해액이 미국에서만 2,500억 달러(약 267조 원)를 넘을 정도로 엄청났다. 이런 재앙을 안긴 하비·어마·마리아를 세계기상기구(WMO) 허리케인위원회는 지난달 카트리나와 함께 허리케인 명단에서 뺐다. 위원회가 리스트를 작성해 6년마다 이름을 돌려가며 사용하는데 여기에서 영구 퇴출한 것. 피해 주민들에게 미칠 심리적 영향 등을 고려했다고 한다.
허리케인 작명은 2차 세계대전 때 미군이 대서양 폭풍에 여성의 이름을 붙이면서 시작됐다. 미 기상청이 1953년부터 이를 따르다 1979년 들어 남자를 추가해 섞어 쓰고 있다. O·U·X·Y·Z가 붙는 이름은 수가 적어 쓰지 않는다. 올해 허리케인 시즌(6~11월)이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시작된다는 국립허리케인센터 예보에 미 남동부 해안 지역이 긴장 모드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예년(5~6개)보다 많은 최대 11개의 허리케인 상륙이 예상된다니 걱정이 많을 것 같다. 자연재해는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만반의 대비를 해 피해가 최소화하기를 바란다. /임석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