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으로 불이 붙은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지주회사 SK(034730)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그룹은 다른 재벌 대기업 그룹보다 한발 앞서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지주회사 요건이 강화되면서 추가 개편이 예상돼 SK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SK가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자회사들의 지분 가치도 향후 SK의 투자 매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는 전 거래일 대비 0.99%(3,000원) 하락한 30만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은 하락했지만 지난 11일 30만원선을 회복한 후 급락세 없이 평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연초 대비해서는 코스피지수가 0.7% 하락한 것과 달리 6% 오르면서 우상향하고 있다.
향후 SK의 추가 상승세가 기대되는 이유는 시장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지배구조 개편 이슈 때문이다. SK그룹은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2015년 SK-SK C&C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를 다른 대기업 그룹들보다 한발 앞서 완성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재벌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정책 당국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SK그룹 지배구조의 추가 개편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들의 통과 가능성을 고려한 재벌 그룹들의 선제적 대응을 감안하면 SK그룹의 지배구조가 개편될 수 있다”며 이를 투자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이 추가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경우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체제 전환이고 이는 SK의 밸류에이션 매력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주회사 규제 강화가 시행될 경우 SK가 SK텔레콤 지분 5%(시가 9,000억원)를,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000660) 지분 10%(시가 6조 1,000억원)를 유예기간 안에 취득해야 하는데 이 경우 SK의 그룹사들에 대한 지배지분이 확대돼 배당성향 상향 등 수익 개선이 유력하다. 김 연구원은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어떻게 진행되든 지주회사 SK에 기회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밸류에이션 부각, 지배지분 확대에 따른 계열사들의 배당성향 상향 가능성이 긍정적인 효과”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 등 상장 자회사들에 가려진 비상장 자회사들의 지분 가치도 SK 주가 상승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SK는 SK E&S(에너지), SK실트론(소재), SK바이오팜·SK바이오텍(제약) 등 그룹의 신성장동력이 될 비상장 자회사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해당 비상장사들은 최근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지주회사 SK의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KB증권에 따르면 SK E&S는 1·4분기에 영업이익 2,606억원을 올려 증권사들의 추정치 1,610억원을 한참 웃돌았다. 천연가스 발전 부문에서 전력시장 거래가격(SMP)의 상승에 힘입어 92%를 상회하는 발전 가동률(실제 가동시간/가동 가능시간)을 보여준 영향을 크게 받았다. 반도체 웨이퍼 수출기업인 SK실트론도 반도체 산업 호황에 힘입어 1·4분기에 영업이익 871억원을 올렸다. 2017년 같은 기간보다 372.8% 증가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SK E&S가 높은 수준의 발전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며 “전력시장 거래가격이 또 오른다면 SK E&S의 영업이익도 덩달아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상장사에 더해 SK하이닉스도 사상 최대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는 등 좋은 흐름이어서 지주회사 SK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1·4분기 실적발표에서 매출액 8조7,197억원, 영업이익 4조3,673억원을 기록해 50.1%에 달하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자회사 호실적으로 인한 배당성향 상향 조정에 지주회사 SK도 올해 매출액 97조4,005억원, 영업이익 6조1,856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SK이노베이션은 1·4분기에 영업이익 7,116억원을 거둬 2017년 같은 기간보다 29.1% 줄었지만 유가 급등 등에 따른 일시적 부진으로 분석됐고 앞으로 실적이 상승 전환할 것으로 예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