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후반 에콰도르의 나포강 상류 지역을 찾아간 젊은 인류학도는 기묘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빌라까지 갈 생각이라면 조심하세요. 볼일 보러 나갔다 오는 사이에 주인집 사람들이 재규어로 변해있을지 몰라요.” 마을 사람들은, 특히 지역 무당들은 주변 숲에서 ‘루나 푸마’라 불리는 재규어 인간이 출몰해 가축은 물론 사람까지 공격한다고 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그런 말을 듣고 몸을 사리며 멀리했을 일이지만 인류학자인 저자는 이 이야기를 마음에 새겨뒀다가 다시 찾아갔다. 루나족 공동체인 아빌라 마을을 처음 방문한 게 1992년이었고 1996년부터는 4년간 작정하고 머무르며 집중 조사와 관찰을 진행했다. 신간 ‘숲은 생각한다’는 그 관찰기의 국내 번역본이다. 책에는 재규어부터 개미핥기, 대벌레, 솔개, 선인장, 고무나무 등 숲 속 생물들의 삶과 생존 전략이 인간 일상과 얽히고설키는 풍경이 펼쳐진다.
‘재규어 인간’이 등장한 까닭은 이렇다. 아마존 숲 속에서 재규어를 맞닥뜨렸을 때, 재규어가 우리를 자신과 같은 포식자로 보는가 아니면 먹잇감으로 보는가는 목숨이 달린 중차대한 문제다. 단번에 물어 챌 재규어가 변하길 바라서는 안 된다.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면 재규어의 시선을 되돌려 주어야 한다”는 게 저자가 원주민들의 생활에서 보고 배운 바다. 그리하여 재규어의 눈으로, 재규어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재규어 인간’이 생겨난 것이다. 만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여기는 루나족의 애니미즘은 ‘이상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처럼 생존을 위한 탁월한 통찰이었다.
숲 속 생물들이 다른 종의 관점을 받아들인 생존전략은 비일비재하다. 개미핥기는 개미를 먹기 위해 나뭇가지가 되기도 한다. ‘재규어 인간’ 식으로 얘기하자면 ‘나무 개미핥기’인 셈인데 개미집 속으로 혀를 집어넣어 개미를 핥아먹으려는 혓바닥은 개미의 의심을 받지 않고 기어올라도 될 나뭇가지처럼 여겨져야 하기 때문이다. 옥수수밭에 출몰하는 잉꼬를 쫓기 위한 루나족의 허수아비는 사람모양이 아니다. 잉꼬가 무서워하는 맹금류처럼 보여야 한다. 이 또한 잉꼬의 시선에 맞춘 결과다.
숲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숲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서는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게 책의 가르침이다. 어디 아마존 만의 이야기겠는가. 위협은 현대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으며 생각의 전환은 현대인에게도 요구되는 덕목이다. 책은 저명한 학술상인 미국 인류학회 그레고리 베이트슨 상을 받았다. 2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