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주제로 사업을 할 때 발휘할 수 있는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꽃장식을 하는 플로리스트, 꽃 작품을 만드는 작가, 꽃으로 사람을 치유하는 테라피스트 등등.
한발 더 나아가 꽃꽂이를 통해 개인의 성향과 리더십을 진단하고 기업조직 컨설팅까지 하는 ‘꽃쟁이’가 등장했다. 서울 옥수동에서 꽃집 ‘수다팻’을 운영하는 손은정(41·사진) 대표다. 꽃집과 조직 컨설팅은 잘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손 대표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대기업, 스타트업 등에 10년간 몸담았던 조직 전문가라는 것을 알면 얘기는 달라진다.
손 대표는 “꽃이 좋아서가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고 싶은데 마침 매개가 꽃이어서 꽃집을 열었다”며 “그림·음악을 통한 상담이나 치료는 상담자마다 격차가 큰데 꽃으로 하는 컨설팅의 경우 재료가 워낙 예쁘다 보니 격차가 크지 않은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3년 창업 후 KB증권·LF(LG패션) 등 국내 기업뿐 아니라 여러 외국계 기업의 다양한 구성원 1,700명이 손 대표가 진행하는 워크숍을 거쳤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는 연세대 산업공학과 졸업 후 2001년 네트워크 보안 분야의 세계 강자인 IT 회사 시스코에 입사해 엔지니어로 일했다. 싱가포르에서 일하며 인정받던 연봉 1억원대의 엔지니어가 국내로 돌아와 꽃집을 연 데는 경쟁에 대한 회의감이 컸다.
“동료들이 언제 그만둘지 몰라 두려워하는 게 눈에 보이잖아요. 어디까지 올라가야 인간이 안전하다고 느끼고 행복하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정신적으로 불안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때 안식처가 된 게 꽃이었다. 주말을 이용해 프랑스의 플로리스트 대가 카트린 뮐러의 국내 전문가 과정을 밟았다. 원예심리학도 공부했다. 그는 “하루 꽃을 봤다고 해서 바뀐 게 아니라 계속 꽃으로 저를 수련한 시간이었다”며 “죽음이나 노화를 슬프지 않게 봐야 하기 때문에 사람은 항상 꽃을 곁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조금 더 많은 사람이 꽃을 곁에 두고 자신을 이해할 수 있도록 워크북 등 교육용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자기 알기’에 있어 저희 프로그램이 바이블(교본)이 되는 게 꿈이에요. 더 많은 사람이 아름다운 것을 통해 스스로를 알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