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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개와 늑대들의 정치학]개인가 늑대인가...동 트기 전엔 아무도 모른다

■함규진 지음, 수수밭 펴냄

나폴레옹·히틀러·케네디·대처 등

11가지 역사 속 선거·인물 통해

대중 유혹의 기술과 전략 풀어내

늑대의 폐해 통해 선거 중요성 강조




흔히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라고 한다. 그러나 ‘개와 늑대들의 정치학’의 저자 함규진은 선거가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도발적인 주장을 한다. 선거는 그저 대중의 욕망이 각축을 벌이는 이벤트라는 것이 그 이유다. 저마다의 욕망이 각축을 벌이는 전쟁과 비슷한 속성을 지닌 듯한 선거는 그렇다면 왜 민주주의에 어울리는 제도로 정착된 것일까? 폭력으로 갈등을 봉합하려는 전쟁과 달리 다수의 의견을 수용하려는 노력의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특성 때문이다. 책은 카이사르부터, 나폴레옹, 링컨, 히틀러, 케네디, 대처 등을 선출한 11개의 역사적인 선거를 통해서 그들은 어떻게 대중의 선택을 받았는지에 대해 기존의 생각을 뒤집는 흥미진진한 역사를 펼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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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책의 제목은 프랑스 격언인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따 왔는데, 이는 선거와 선거 이후의 상황을 절묘하게 포착해낸 표현이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란 빛과 어둠이 혼재돼 멀리서 다가오는 털북숭이가 나를 반기는 개인지 나를 공격하는 늑대인지 분간하기 힘든 황혼의 시간을 의미하므로. 선거 역시 ‘개와 늑대의 시간’과 유사하다. 대중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권력을 손에 쥔 지도자들의 모습은 대중의 기대에 부합하는 개 혹은 기대를 저버리는 늑대의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역사 속의 리더들은 어떻게 대중을 사로잡았고 또 배신했을까. 1948년 프랑스인들은 나폴레옹이 최선은 아니라도 차선의 선택이라고 여겼다. 부르주아는 그가 좌파를 견제할 것이라 기대했으며, 좌파 지식인들은 그의 개혁안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대중에게 모든 것을 들어줄 것 같은 공약(公約)을 했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은 ‘공약(空約)’이 됐다. 그는 사회를 안정시킨다는 이유로 사상의 자유를 탄압했다. 결국 나폴레옹은 국민투표로 황제의 자리에 올랐지만, 결국 추방당한 지도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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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극적이고 ‘문제적’ 지도자였던 히틀러 또한 마찬가지다. 1933년 바이마르공화국 사람들은 모든 것을 들어준다고 하는 히틀러에게 매력을 느꼈다. 그러나 대중의 열렬한 지지로 수상의 자리에 오른 그는 곧바로 비상사태법과 수권법 등을 잇달아 통과시키는 등 대중을 배반했다. 이처럼 대중은 자신의 욕망을 위한 투표를 한 이후 자신에게 달려드는 ‘검은 동물’이 개가 아니라 늑대였다는 사실이었음을 방증하는 역사는 수없이 많다.

케네디와 대처를 통해 선거의 실체를 비롯해 두 인물의 실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목도 눈길을 끄는데 이 부분에서도 역시 대중의 욕망과 이를 이용한 리더들의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케네디를 닉슨과 비교하며 두 인물에 대한 기존의 시각을 뒤집는다. 케네디는 ‘때로는 보이는 게 전부인 유혹’일 수 있는 선거를 가장 능수능란하게 이용한 인물로 ‘이미지 정치의 달인’으로 묘사된다. 이에 반해 매력적이지 못한 외모에 ‘흙수저’ 출신 닉슨은 실제로는 엄청난 노력파임에도 그러한 면모가 제대로 대중에게 각인되지 못했다. 둘의 지지도를 역전시킨 건 텔레비전이었다. 라디오에서는 닉슨이 이긴데 반해 TV 토론에서는 케네디가 지지를 얻었으며, 당시 미디어 패러다임은 이미 라디오에서 텔레비전으로 옮겨간 상황이었다. 결국 케네디의 승리는 시대가 만든 결과물인 셈이다. 또 노동자들의 권익을 주장하는 노동당 지식인들의 ‘현학적인 말’에 지친 영국인들이 식료품 가게 딸 대처를 선택한 이유는 소박한 말로 그들을 정서적으로 설득했기 때문이다. 1만7,800원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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