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80%에 달하는데 이 정도면 통상정책 패러다임을 확 바꿀 수 있는 정치적 자산이 있다고 봅니다. 우리 국내총생산(GDP)의 30%가 제조업인데 서비스업은 형편없는 수준입니다. 문화·관광·연예·의료를 연결하는 서비스업 빅뱅으로 전 세계의 소비자와 기술을 한국으로 끌어들이는 파격적 변화가 필요합니다.”(최병일 이화여대 교수)
18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통상정책 : 성과와 과제’ 세미나에선 정부 통상정책에 대한 쓴소리가 쏟아졌다. 지난 1년간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심화했는데 우리 정부의 대응은 아쉬운 점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정인교 인하대 부총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대한 일부 긍정적 평가가 있지만 통상학회에서는 많은 비판이 있었다”면서 “무엇보다 이런 큰 협상을 마치고 나면 앞으로의 마찰에 대한 명확한 방향 설정과 준비가 필요한데 부족한 면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정 부총장은 “4차 산업혁명과 빅데이터를 얘기하면서 개인정보보호법 규제는 우리가 제일 까다롭다”면서 “산업정책뿐만 아니라 통상정책 모두 구멍이 나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국 제조업 굴기’와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경각심이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교수는 “중국이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높이겠다고 공언하는 등 13억 인구를 기반으로 생산과 소비, 빅데이터 누적을 자체 해결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트럼프는 목표를 위해 언제든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라면서 “제2의 철강 폭탄이 터졌을 때 끌려가지 않고 우리의 핵심 이익을 지킬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중국·유럽 등 3개 주체가 충돌할 경우 우리가 어떤 자세를 취할지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윤종 산업연구원 박사는 “다음 세대를 책임질 곳이 어딘지 냉철히 파악해야 하고 우리 힘을 키우는 준비도 필요하다”면서 “예컨대 신남방정책을 통해 동남아시아와 관계를 맺어 이를 레버리지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과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FTA로 교역을 확대하는 등 새로운 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디지털 통상을 늘리는 데이터 비즈니스도 새로운 통상 모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