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는 지난 1월 대표 대형 세단 ‘G80’에 2.2ℓ 엔진을 장착한 모델을 내놨다.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메르세데스-벤츠 ‘E220d’와 BMW ‘520d’의 고객에게 대안을 제시한 셈이다.
G80 2.2 디젤 최상위 모델(프리미럼 럭셔리 4WD)의 운전대를 잡고 서울에서 부산 해운대까지 왕복 약 800㎞를 운행했다. 제네시스 가솔린 모델의 정숙함은 익히 알려졌다. 그렇다면 디젤은 어떨까. 시동 후 공회전 시 소음은 가솔린차 수준으로 억제했지만 진동은 다소 느껴진다.
하지만 주행을 시작하면 소음과 진동 모두 디젤 차량임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적어진다. 제네시스에 탑재된 진동저감형토크컨버터(CPA)와 주행·정차 시 엔진 마운트 특성을 바꾸는 전자제어식엔진마운트(ECM), 소음과 반대 위상의 신호로 소음을 상쇄하는 실내소음저감장치(ANC)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네시스 특유의 묵직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승차감은 가솔린차와 똑같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디젤 모델의 높은 토크 특성(45㎏·m)과 굵지만 거슬리지 않는 엔진음이 느껴진다.
고속도로에선 승차감이 안락하다. 중고속 영역에서 커브를 돌 때 롤링도 상당히 적다. 땅을 누르듯 전개되는 고속직진 주행감도 좋다. 하지만 큰 차체에 비해 2.2ℓ, 202마력의 디젤엔진은 다소 과하게 다운사이징된 느낌이다. 가솔린 모델에 비해 가속감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스포츠모드를 통해 엔진과 스티어링휠의 반응을 민감하게 바꿀 수 있지만 부족한 엔진 출력을 커버하지는 못한다. 다만 막히는 서울과 부산 도심, 고속도로에서 아낌없이 스로틀을 전개하고도 평균 연비는 ℓ당 12.7~12.9㎞가 기록됐다. 경제성이 훌륭하다. 2.2 디젤 모델은 실내도 품격이 높다.
G80은 내년에 풀체인지가 예정돼있다. 때문에 최근 나온 벤츠와 BMW의 경쟁모델 대비 다소 올드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가격은 5,170만원~5,950만원. 넓은 실내가 주는 안락함, 묵직한 주행감, 뛰어난 경제성에 더해 독일차의 경쟁모델 대비 500만원~1,000만원가량 싼 가격 모두 고려하면 매력적인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