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해외거래처와의 계약·물류·외환·통관절차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상품을 해외로 수출한다. 이때 기업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해외통관이다.
대기업 임원들도 하나같이 통관 담당부서 업무의 70%가 해외통관 애로 해소라고 하니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기업이 겪는 애로사항은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중소기업들과의 간담회에서도 기업인들은 역시나 해외 통관의 어려움을 쏟아냈다. 이는 수치로도 나타나는데 지난해 관세청에 접수된 해외통관 애로는 263건, 740억원 규모로 역대 최대치였다.
관세청은 우리 기업의 해외수출 지원을 위해 외국 관세당국과 상호협력관계 구축, 세계관세기구(WCO) 같은 국제기구에서의 역할 확대, 그리고 관세관 파견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기업이 가장 바라는 것은 관세관 파견이다.
‘관(關)’이 예전에 비해 접근하기 쉬워졌다고 하나 민간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대하기 어려운데 하물며 낯선 해외에서 그것도 보호무역의 파고가 높은 지금 시기에 ‘관’을 상대하는 어려움은 충분히 짐작된다. 이럴 때 현지 관세관은 기업 입장에서 직접적으로 해외 관세당국을 상대할 수 있는 ‘히든카드’가 된다. 지난해 10월 베트남의 한 지역세관은 우리 가전업체의 TV용 평판디스플레이 품목분류를 변경해 관세가 0%였던 것을 3%로 높여 부과하기로 했다. 단순 관세부과를 넘어 과거 5년간의 수출품까지 소급 추징하겠다는 결정에 따라 우리 가전업체는 3,600만달러, 우리 돈으로 400억 원가량의 관세를 낼 상황에 처했다. 업체에서는 이를 소명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실제 세관 담당자와 만나는 것조차 어렵다고 호소해왔다.
이 소식을 들은 베트남 관세관은 평소 교류를 통해 친분을 유지하던 관세 당국자를 통해 세관 담당자와의 면담 자리를 마련하고 소급과세의 부당성에 대한 반박자료를 제시하는 등 우리 기업의 어려운 입장을 해명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어다녔다. 최종적으로는 베트남 관세총국으로부터 관세를 소급적용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현재 외국에 파견된 관세관은 7개국 12명뿐이다. 그간 파견국과 파견자 수를 늘리려 노력해왔지만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무역상대국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인도·러시아·중남미 등 신흥 경제 개발도상국에 대한 관세관 파견이 시급한 이유다.
“해외 현지에 나가 싸우고 있는 우리 기업의 입장에서 우리가 소총부대라고 하면 관세청에서 나서주는 것은 그야말로 전투기를 내보내 융단폭격 지원을 해주는 것과 같다”는 한 기업인의 호소가 머릿속을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