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감리결과를 예상보다 빨리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위원회는 이달 안에 논의를 마쳐 다음 달 7일 예정된 증권선물위원회에 심의 결과를 보고한다는 계획이다. 감리위는 지난 17일 첫 임시회를 연 데 이어 오는 25일 오전 9시에 2차 임시회를 소집한 상태다. 대심제로 처음 진행되는 2차 임시회에서 금융감독원과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 의혹을 두고 전면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정례 감리위가 예정돼 있어 신중한 결론 도출을 위해 한 차례 더 회의를 열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실질적인 공방은 2차 임시회에서 끝이 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달 대심제로 진행된 한라중공업 분식회계 심의의 경우 감리위가 두 차례 열린 뒤 증선위로 안건이 넘겨진 만큼 금융당국 입장에서 삼성바이오에 대해 기존 감리와 차별성을 두진 않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사실상 25일 2차 임시회가 마지막 감리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삼성바이오는 금감원과 ‘끝장’ 토론을 벌여서라도 분식회계 혐의에서 벗어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에도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가 직접 나설 예정이다. 김 대표는 지난 17일 열린 첫 감리위에 참석해 직접 파워포인트를 활용해 금융당국의 분식회계 결론을 반박하는 등 분식회계 혐의를 벗기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 관계자는 “김태한 대표가 이번 주 열리는 감리위에도 참석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실무자를 보내 삼성바이오의 입장을 설명하는 것보다는 수장이 직접 참여해 해명하는 것이 혐의를 벗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감리위는 대심제로 진행되는 만큼, 금융감독원과 한 치 물러 설 수 없는 공방이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고의 입장에 선 삼성바이오는 금감원과의 논쟁을 통해 감리위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지만, 삼성바이오 입장에선 소명 기회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첫 감리위 개최 전 금융당국에 감리위 개최 전 사전미팅과 소위원회 개최, 대심제 적용 등을 요청하는 공문을 재차 보냈지만, 대심제 외에는 받아들여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첫 감리위에서 위원들은 효율적 운영을 위해 전문검토위원을 지정해 차기 회의시 검토결과를 보고받기로 했지만, 소위원회 구성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감리위에서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공시가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삼성바이오는 첫 감리위가 끝나고 4시간만인 18일 오전 7시께 바이오젠으로부터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서신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바이오젠은 2012년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동 설립하면서 ‘50%-1주’까지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 권리를 받았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말 이 같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로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 가치를 장부가액에서 공정가액(시장가)으로 변경했다고 주장해왔다.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한다고 밝혀 콜옵션 행사 가능성에 대한 논란은 사려졌지만, 금감원은 콜옵션 행사 확정이 회계처리기준 변경의 적절한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어 양측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변경이 삼성 경영권 승계와 관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쟁이 예상된다. 참여연대와 일부 정치권에서는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삼성바이오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은 2015년 5월에 결정됐고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 변경은 같은 해 말에 이뤄졌기 때문에 관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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