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24·KB금융그룹)가 또 우승자를 안아주는 역할을 했지만 시즌 최고 성적을 내며 반등에 성공했다.
2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의 킹스밀리조트 리버 코스(파71·6,445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킹스밀 챔피언십(총상금 130만달러) 마지막 3라운드. 전인지는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언더파 68타를 쳤다. 악천후 탓에 54홀 경기로 축소된 가운데 최종합계 14언더파 199타를 기록한 그는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하타오카 나사(일본)와 동타를 이룬 뒤 첫 번째 연장전에서 파에 그쳐 탈락했다. 우승은 2차 연장전에서도 버디를 잡은 쭈타누깐이 차지했다.
이날 1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전인지는 이번에도 준우승 징크스와 연장전 무승이라는 과제를 풀지 못했다. 국내에서 활동하던 지난 2015년 US 여자오픈 우승을 계기로 미국 무대에 진출한 전인지는 2016년 에비앙 챔피언십을 제패해 LPGA 투어 통산 2승을 모두 메이저대회에서 따내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1년8개월 동안 승수를 보태지 못하고 지난해 3월 파운더스컵 공동 2위를 시작으로 이날까지 준우승만 모두 여섯 번을 했다. 이 대회에서는 2년 연속으로 우승 문턱에서 돌아섰다. 연장전 전적은 3전 전패가 됐다.
정상 정복은 미뤄졌지만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공동 2위는 이번 시즌 전인지의 최고 성적이다. 지난해부터 스윙의 일부를 고치고 있는 그는 올 들어 이번 대회 전까지 6개 대회에 출전해 3월 파운더스컵 공동 5위로 톱10에 딱 한 번 입상했을 뿐이다. 20위권 밖이 세 차례, 기권 한 차례였다. ‘긍정 골프’의 아이콘인 전인지 역시 아쉬움보다는 자신감 회복이라는 측면에 주목했다. 경기 후 그는 “연장전에서 버디 퍼트를 넣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경기를 해 행복했다”며 특히 “US 여자오픈을 앞두고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 US 여자오픈은 2015년에 제가 우승해 LPGA 투어에서 뛰겠다는 꿈을 이루게 해준 대회”라고 말했다. 올해 US 여자오픈은 오는 31일부터 나흘간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펼쳐진다.
이날 전인지는 11번홀까지 6타나 줄인 쭈타누깐에 3타 차 추월을 허용했다. 13번홀(파3)에서 긴 버디 퍼트를 넣어 15번홀(파5) 보기를 기록한 쭈타누깐과의 격차를 1타 차로 좁혔고 17번홀(파3)에서 다시 6m가량의 긴 버디를 잡아 극적으로 균형을 이뤘다. 이날 4타를 줄인 하타오카도 연장에 합류했다. 전인지는 그러나 18번홀(파4)에서 벌어진 첫 번째 연장전에서 5m 거리의 버디 퍼트가 빗나가면서 고개를 떨궜다. 쭈타누깐은 2년 만에 이 대회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시즌 첫 승(통산 8승)을 신고했다. 지난달 LA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린 언니 모리야 쭈타누깐에 이어 한 달 만에 ‘단일 시즌 자매 동반우승’이라는 진기록을 작성했다. 2000년 스웨덴의 안니카·샬로타 소렌스탐 자매가 일주일 간격으로 우승한 후 18년 만이다. 우승상금은 19만5,000달러(약 2억1,0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