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송 비서관 관련 보도에 대해 “(그런 사실을) 몰랐다”고 답했다. 이 청장은 경찰의 눈치 보기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에도 “부실수사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몰랐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주기 어렵지만 청장에게 보고가 올라오지 않은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지난 3월25일 김씨를 구속해 수사를 진행한 지 두 달 가까이 지났는데도 청와대 핵심인사와의 접촉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이 청장의 설명은 석연치 않다. 현재 이 사건은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지휘하는 사이버수사대와 지능범죄수사대가 맡고 있다. 수사팀이 송 비서관과 김씨의 관계를 알고도 최고 책임자인 이 청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면 경찰조직 전체의 수사 과정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이다. 임기가 불과 한 달가량 남은 경찰청장에 대한 ‘보고 패싱’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앞서 이 청장은 지난달 23일 기자간담회에서도 “김경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경남지사 후보)이 김씨에게 기사 주소(URL)를 보낸 사실을 19일 언론보도가 나온 다음날 보고받을 때까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보고 누락이 아니라 수사팀이 사실 자체를 몰랐다면 수사 초기부터 끊임없이 제기돼왔던 경찰의 부실수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셈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송 비서관과 김씨의 만남을 인지해 조사에 착수한 것은 지난달 20일께다. 무려 한 달이 지나도록 이번 사건 수사의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는 사안 자체를 몰랐다는 것이다. 살아 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며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경찰은 이런 상황에서도 송 비서관이나 김 전 의원에 대한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송 비서관 조사 계획은 없다. 사실관계를 더 파악해봐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김 전 의원에 대한 재조사에 대해서도 며칠째 “검토하고 있다”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사정 당국의 한 관계자는 “경찰 수준의 수사에서 살아 있는 권력 핵심관계자들에 대한 조사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며 “국민을 보지 않고 권력을 보고 수사하는 행태를 반복한다면 경찰이 오명을 씻고 국민의 신뢰를 받기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