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1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해 기존보다 더 강력한 압박 내용을 담은 ‘플랜B’를 공개했다. 플랜B에는 이란의 미국의 12가지 요구사항을 충족할 경우에만 제재를 중단한다는 한층 강화된 경고 메시지가 담겼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워싱턴DC 헤리티지 재단에서 연설을 통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 이후 대이란 압박책을 공개했다. 헤리티지는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성향 연구재단이다.
취임 약 3주 만에 열린 자신의 첫 주요 외교 정책 발표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이란을 향해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 타결한 핵합의를 대체하는 새 협정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란이 12가지 조건을 충족할 경우에만 제재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 이란 핵합의 탈퇴를 공식 선언했으며 미 재무부는 6개월 동안 두 차례에 걸쳐 강력한 경제제재를 재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요구조건에는 이란이 받아들이기 힘든 사항들이 상당 부분 포함됐다는 평가다. △우라늄 농축 중단 △이란 전역에 대한 제한 없는 조사 허용 △예멘 내전에서 후티 반군 지원 중단 △헤즈볼라 지원 중단 △이스라엘 위협 중단 등이다. 특히 우라늄 농축은 2015년 핵합의에서 제한적으로 허용됐다는 점에서 압박 수위가 상당히 높아졌다는 평가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란 핵합의는 중동 전반에 거대한 영향을 미친 실패작”이라며 “이란 정부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2015년 도출된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한 것이 미국의 안보를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은 2015년 핵합의 이후 중동에서 세력을 불려나갔다”며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이 흉악한 행위를 멈출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오판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핵합의는 위험에 빠진 국민들에게 안전을 보장하는 데 실패했다. 전 세계를 치명적인 결함 속으로 빠뜨렸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유럽연합(EU)의 동참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전망이다. 특히 2015년 핵합의에 참여했던 독일·프랑스·영국·설득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란 핵합의 유지를 주장하고 있는 EU는 이란과 거래하다가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되는 유럽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보상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이 이란과 사업하는 유럽 기업들의 피해를 EU가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미국의 어떤 제재에도 유럽 기업 보호를 위해 1996년에 EU가 도입한 ‘대항입법’ 적용을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대항입법이란 자국 법에서 허용되는 일을 외국 정부가 금지할 경우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 법 또는 외국 정부의 명령에 따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이 법이 발동되면 유럽 기업들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준수할 의무가 없다. EU는 1996년 당시 미국이 쿠바와 교역하는 외국 기업을 처벌하려고 하자 이 법을 내세워 보복제재를 경고하며 유럽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 위협을 철회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