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면역학계의 세계적 권위자로 ‘2016년 호암의학상’을 수상한 한국계 미국인 래리 곽 박사, 체내 면역시스템 연구로 201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브루스 보이틀러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 소장, 암 치료로 유명한 미국 시티오브호프(COH) 병원 종합 암센터의 학장인 스티븐 T.로젠 박사.
전 세계 암 치료와 면역학의 대가로 꼽히는 석학 3명이 21일 서울 한 호텔에서 뜻밖의 만남을 가졌다. 이날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페프로민바이오의 첫 과학기술자문(SAB)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페프로민바이오는 미국의 첨단과학과 한국의 정교한 기술을 결합해 최근 암 치료 분야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차세대 면역항암제 ‘CAR-T(키메라 항체 수용체 T-세포)’를 한국에서 최초 론칭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바이오벤처다. 2017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서 설립돼 갓 1년을 조금 넘긴 신생 기업이지만 이미 4,000만 달러(약 423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을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바이넥스(053030)·코디엠(224060)·메디포스트 등 이름이 알려진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페프로민과 투자 협약을 맺고 공동 연구개발에 뛰어든 상황이다.
이날 열린 SAB에는 페프로민의 경영자와 과학기술 고문, 주요 주주 및 투자자 약 4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바이넥스 등 국내 바이오 기업과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중국 칭화동방그룹 소속의 과학자 2명도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에서는 최근 CAR-T 관련 임상시험이 200건 이상 진행되고 있을 정도로 CAR-T에 대한 관심이 높다. 통상 미국 바이오 기업들이 여는 SAB는 과학기술 고문과 최고 경영자들만이 참여해 비공개로 이뤄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김홍우 페프로민바이오 대표는 “원래 SAB는 바이오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의 가능성과 한계 등을 따져보고 어떤 파이프라인을 유지하고 어떤 후보를 탈락할지 결정짓는 자리이기에 비공개로 운영된다”며 “다만 페프로민이 주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한국 투자자들이 SAB에 익숙지 않은 점을 고려해 이번만은 주주총회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SAB를 통해 페프로민바이오는 자사 파이프라인의 과학적 우수성과 시장 가능성을 상세히 설명했다. 아울러 페프로민바이오가 도입할 신규 파이프라인들과 임상 일정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페프로민의 과학기술고문장(Chief)를 맡고 있는 래리 곽 박사는 “페프로민이 개발 중인 ‘BAFF-R’ 항체 타깃의 ‘CAR-T’는 현재 노바티스 등 다국적 제약사가 선보인 ‘CD19’ 항체 타깃의 ‘CAR-T’가 치료하지 못한 환자들을 구해낼 것”이라며 “BAFF-R과 CD19 두 가지 항체를 모두 타깃으로 하는 혈액암 치료 ‘듀얼 CAR-T’와 BAFF-R, CD3 항체를 타깃으로 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 ‘CAR-T’에 대한 연구개발도 추진해 난치병에 시달리는 환자들에 더 많은 치료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2020년부터 시작될 미국 현지 임상을 책임질 로젠 박사는 시티오브호프의 경험을 통해 CAR-T 치료 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이틀러 박사는 “환자의 선천적 면역성을 높여 면역항암제의 암 치료 효과를 확대하는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으며 이 분야에서 페프로민측과 협력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페프로민은 올해 중 ‘CAR-T’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계획 사전 미팅(Pre-IND)을 미국식품의약국(FDA)와 갖고 2019년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0년께 미국 현지 임상시험에 돌입할 계획이며 그 무렵 국내 코스닥 시장에 기술특례를 통한 상장도 계획하고 있다.
/김경미·김지영기자 kmkim@sedaily.com
■CAR-T(키메라 항체 수용체 T세포) 치료제=환자 본인의 면역세포(T세포)를 환자에 주입함으로 암세포를 공격·사멸시키는 치료제. 급성골수성백혈병(ALL) 등 난치암을 낫게 할 혁신적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