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를 불과 4주 앞두고 ‘손흥민 짝 찾기’가 원점으로 돌아왔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9일 K리그1(1부리그) 경기에서 상대와 엉켜 넘어진 이근호(강원)가 21일 정밀검진 결과 6주 휴식 진단을 받았다고 22일 밝혔다. 오른쪽 무릎 내측 인대 파열 진단을 받은 이근호는 21일 오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짐을 뺐다. 이근호가 갑작스럽게 명단에서 제외됐지만 신태용 대표팀 감독은 대체 자원을 수혈하지 않고 26명으로 월드컵을 준비하기로 했다. 23일부터 본격 시작되는 훈련과 2차례 국내 평가전을 통해 이들 중 23명만이 오는 6월3일 사전캠프가 차려진 오스트리아로 이동할 수 있다.
최종 엔트리 23명보다 5명 많은 28명을 불러 막바지 경쟁구도를 만들려 했던 신 감독은 핵심 2선·공격 자원인 권창훈(디종)과 이근호가 차례로 낙마하면서 깊은 근심에 빠졌다. 러시아와의 2014 브라질월드컵 1차전(1대1 무)에서 선제골을 터뜨렸던 이근호는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의 가장 유력한 투톱 파트너로 조명받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11월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지칠 줄 모르는 돌파와 크로스는 물론 손흥민과의 찰떡 호흡을 선보였다. 그동안 대표팀의 공격 작업은 투톱을 내세우는 4-4-2 전술을 썼을 때 가장 활발하게 돌아갔다.
물론 투톱 파트너 후보는 이근호 말고도 있다. 오스트리아리그 잘츠부르크 소속으로 올 시즌 전체 13골을 넣은 황희찬과 이탈리아 세리에A의 스무 살 영건 이승우(엘라스 베로나)가 대표적이다. 소집 첫날인 21일 “(권창훈의 낙마로) 플랜A(4-4-2)를 전면 수정해야 할 상황이다. 이근호까지 안 되면 플랜B(스리백)마저 바꿔야 할 지경”이라고 했던 신 감독은 22일에는 “문선민(인천)·이승우·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으로 투톱 형태를 만들 수 있다. 아울러 다른 전술도 만들었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4-4-2 전술을 아예 버릴 수는 없는 만큼 남은 기간 미드필더 자원에서 손흥민의 파트너를 가려내겠다는 뜻이다.
나름대로 검증을 마친 손흥민-황희찬 조합이 첫 번째 옵션으로 손꼽히는 가운데 이승우·문선민·구자철 등이 두 번째 옵션의 한자리를 경합하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르셀로나 유소년팀 출신의 이승우는 A매치 경험이 전혀 없다는 큰 약점이 있지만 이승우의 활용법을 가장 잘 아는 사령탑 중 하나가 신 감독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신 감독은 1년 전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이승우를 공격 삼각편대 중 한 축으로 앞세운 끝에 대어 아르헨티나를 잡고 16강에 오르는 소기의 성과를 냈다.
한편 신태용호를 휘감고 있는 부상 악령은 1998 프랑스월드컵을 떠오르게 한다. 당시 간판 공격수 황선홍은 월드컵 출정식을 겸한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골키퍼와 충돌해 무릎을 다쳤다. 황선홍은 프랑스에 같이 가기는 했지만 1분도 뛰지 못했고 한국은 1무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신 감독은 “모든 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한 선수들을 위해서 뛰어야 한다”며 “선수들 스스로 150% 기량을 발휘해 힘을 합치면 좋은 분위기 속에 월드컵을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