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극심한 구직난에...'취업학원' 가는 고교생

"자소서·면접이 성패 좌우한다는데..."

블라인드 채용확대 불안감도 한몫

'고졸채용 학생모집' 학원광고 넘쳐

취업 사교육비↑...작년 1,197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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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특성화고에 다니며 ‘공기업 고졸 채용’을 준비하고 있는 김모(18)군은 최근 울며 겨자 먹기로 80만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자기소개서 컨설팅 및 면접학원에 등록했다. 지난해 공기업 입사에 성공한 선배가 “요즘 공기업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거 잘 알지 않느냐”며 “함께 입사한 동기들 중 취업 사교육을 안 받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 조언했기 때문이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말미암은 극심한 구직난과 블라인드 채용 확대에 따른 구직자의 불안감 고조 등이 맞물려 취업 사교육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과거 주로 대학생 및 대학 졸업예정자, 대졸자였던 취업 사교육 시장의 소비자가 고등학생 및 고교 졸업예정자로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제는 고졸 채용 준비를 할 때조차도 취업 사교육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푸념이 흘러나온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취업 관련 사교육비는 1,197억원으로 전년(816억원) 대비 무려 381억원(46.7%) 증가했다. 최근 수년간으로 시계열을 넓혀봐도 지난 2013년 418억원, 2014년 516억원, 2015년 669억원 등 증가세는 뚜렷한 양상이다.


취업 사교육 시장의 급격한 팽창은 학생·학부모들의 전언, 사교육 관련 통계뿐 아니라 인터넷상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 등 인터넷 검색창에 고졸 채용을 쳐보면 학생모집 광고를 하고 있는 사교육 업체들의 수를 일일이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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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취업 사교육 시장이 부풀어 오른 데는 우선 ‘괜찮은’ 일자리의 부족과 극심한 구직난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구의 한 특성화고 교사는 “내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대구공고’를 나오면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골라갈 수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자리 공급이 늘어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취업 자체가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블라인드 채용이 확대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진 것도 취업 사교육 시장을 키우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교 3학년 학생을 자녀로 둔 한 학부모는 “채용 과정에서 아이가 어떻게 자신을 어필해야 할지 막연한 게 사실”이라며 “결국 자소서와 면접이 성패를 좌우한다고들 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아이와 학교 교사에게만 그것을 맡기기가 못 미덥다”고 말했다.

대학생 취업 사교육 시장은 이미 팽창할 대로 팽창한 상태다. 취업 사교육 한 번쯤 안 받아본 사람이 없을 정도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올해 초 취업준비생 1,4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직자는 취업준비비용으로 월평균 27만원 정도를 지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취업 사교육 업체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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