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주춤하면서 투자 열기가 식고 있다는 지적과 달리 해외에서 암호화폐의 쓰임새는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현금을 대신해 비트코인으로 헌금을 받는 사원이 등장하는가 하면 납치범이 비트코인으로 몸값을 요구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영국 이스트런던의 한 이슬람사원이 최근 라마단(금식성월)을 앞둔 교도에게 라마단 헌금을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로도 받을 계획임을 공지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영국은 물론 세계에서 최초로 헌금을 암호화폐로 받는 사례일 것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슬람 교도는 빈곤층을 제외하고 소득의 2.5%에 해당하는 라마단 헌금 ‘자카트’를 내야 한다.
그동안 종교계는 익명성으로 인한 범죄 유용 가능성을 우려해 암호화폐 사용을 금지해왔다. 에르킨 귀니 이슬람사원장은 “이번에 모금된 성금은 사원 보수와 불우이웃 돕기에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헌금으로 낼 수 있는 암호화폐는 시총 1, 2위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제한된다.
암호화폐의 익명성 때문에 애초 우려대로 돈벌이 범죄에 비트코인이 쓰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날 영국 가디언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최근 유괴범이 몸값으로 1억여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요구하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일 남아공 동부 음푸말랑가에서 13세 소년을 차량으로 유괴한 범인들이 아이 부모에게 15비트코인을 몸값으로 지불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비트코인 시세는 1개에 8,000달러 수준으로 15비트코인은 12만3,000달러(약 1억3,000만원)에 해당한다.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에서는 암호화폐거래소 직원이 납치됐다가 100만달러(약 10억8,000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몸값으로 지불한 뒤 풀려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