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이보미 "실수해도 괜찮다는 조카의 말에 멘탈 강해졌죠"

이보미, 25일 채리티오픈서 티샷

올해 첫 국내대회…반등 노려

"은퇴 생각, 정말 어리석었다

요즘 내 멘탈코치는 10살 조카

최선 다했으면 1등이라며 응원"

이보미가 E1채리티 오픈 개막을 하루 앞둔 24일 대회장인 사우스스프링스골프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성적이 잘 나지 않는 지금도 소중한 시간이다. 가장 잘했던 때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는 습관을 버리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박준석 사진작가이보미가 E1채리티 오픈 개막을 하루 앞둔 24일 대회장인 사우스스프링스골프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성적이 잘 나지 않는 지금도 소중한 시간이다. 가장 잘했던 때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는 습관을 버리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박준석 사진작가



“은퇴 생각은 정말 어리석었죠. 그때 반성 많이 했어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2015년·2016년 2년 연속 상금랭킹 1위를 차지했던 이보미(30). 그는 지난해 1승에 그쳤고 상금순위도 20위권으로 밀려났다. 첫 승이 나오기까지 샷도 체력도 정신도 너무 불안해 은퇴를 생각할 정도였다고 지난해 여름 털어놓았다. 24일 경기 이천의 사우스스프링스골프장. 거의 1년 만에 다시 만난 이보미는 지난해 인터뷰를 떠올리며 “은퇴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돌아보면 그만큼 나약했던 것 같다”고 했다. “지금은 주변에서 은퇴에 대해 얘기해도 그만둘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잘 아니까 흔들리지 않는 것 같아요. 물론 좋은 기량으로 선수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현실은 인정하는데 그 안에서 한 번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으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올 시즌 초반 성적은 9개 출전 대회에서 우승과 톱10 없이 컷오프만 네 번일 정도로 좋지 않다. 최고 성적은 공동 11위이고 상금순위는 70위다. 데뷔 후 가장 많은 연습량을 소화하면서 샷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느껴지는 순간 또 경기 내용이 안 좋아진다는 설명. 그러나 극심한 스트레스에 혼자 울기도 많이 울었던 지난해 이맘때와는 마음가짐부터가 다르다. “좋은 리듬으로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자리 잡고 있다. 그 믿음으로 최근 1주일에 3번씩, 1번에 1시간30분씩의 웨이트트레이닝부터 시작했다. 시간이 나면 여행을 가던 습관도 버렸다. 여행 후유증이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이보미는 “운동하고 잘 먹고 쉴 때는 무리하지 않고 최대한 푹, 잘 쉬기 위해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요즘 가장 힘이 되는 사람은 초등학교 3학년 조카다. 한국에 들어오기 전 거의 매일같이 이모에게 전화해 생각지도 못한 말들로 기운을 북돋웠다고 한다. 이런 말들이다. “실수해도 괜찮아요. 이모가 최선을 다했으면 1등 한 거나 마찬가지니까 스스로 칭찬해주세요. 실수는 줄여나가는 게 중요한 거래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건 당연히 힘든 거예요. 그것도 노력해야 하는 거래요.” 이보미는 “이제 초등학생인 여자아이가 그런 말들을 술술 해주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한 번 더 곱씹게 되고…. 저한테는 조카 (문)세영이가 멘탈코치나 다름없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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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이보미는 여전히 ‘인기 퀸’이다. 최근에는 이보미의 인기비결을 다룬 책도 나왔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기자가 쓴 ‘사랑받는 힘-일본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여성 골퍼의 행동철학’이라는 제목의 책이다. 이보미는 “대회장에 한두 번 응원 와주신 팬도 잘 기억하는 편이다. 얼굴이 기억나는 팬을 보면 ‘오랜만에 오셨네요’라든가 한마디씩 자연스럽게 건네는데 그런 것 말고 비결이랄 것은 딱히 없다”고 손사래 쳤다.

선배들의 꾸준한 활약도 자극제가 되고 있다. “이지희·전미정·안선주 언니 등이 차곡차곡 매년 승수를 쌓으시는 모습은 확실히 동기부여가 된다”고 했다. JLPGA 투어 한국인 최다승 기록은 전미정·안선주가 보유하고 있는 25승이다. 이보미는 21승에서 이들을 뒤쫓고 있다.

이보미는 25일부터 사흘간 사우스스프링스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E1 채리티오픈(총상금 8억원)에 참가한다. 국내 대회 출전은 9개월 만. 9개월 전 3위에 오른 좋은 기억이 있다. 지난 14일 귀국해 대회를 준비한 이보미는 “이번주를 터닝포인트로 삼겠다”고 했다. 첫날 김해림·김아림과 함께 오전8시30분 10번홀을 출발한다. 상금 1·2위인 장하나·최혜진은 바로 뒤 조에서 8시40분에 티오프한다.
/이천=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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