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동의 없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한 환자는 1개월 내 입원 적합 여부를 심사받는다. 인권침해 논란을 해소하고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려는 취지에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5월 말부터 시행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이달 30일부터 정신의료기관이나 정신요양시설에 타의로 입원·입소한 환자를 대상으로 적합성 심사를 시행한다고 24일 밝혔다.
과거에는 보호자 2명 이상이 동의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명이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2016년 9월 본인 동의 없는 정신병원 강제입원은 위헌이라고 판단해 지난해 이러한 골자의 정신건강복지법이 전면 개정됐다. 개정에 따라 정신병원 강제입원 환자의 권리 보호차원의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가 도입됐으며, 지난해 시범사업을 거쳐 이달 말부터 심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입원적합성심사위는 정신병원 및 정신요양시설에 강제로 신규 입원한 환자에 대해 1개월 내 입원 적합 여부를 심사한다. 환자 신청 또는 위원장 직권을 통해 국립정신병원 소속 조사원이 방문한 뒤 환자에게 진술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입원적합성심사로 대면조사를 통한 환자의 의사가 보장되고, 불필요하거나 관행적인 강제입원과 이에 따른 정신질환의 만성화를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복지부는 연간 약 4만여 건의 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해 권역별 5개 국립정신병원에 총 49명의 운영인력을 꾸렸다. 이날 복지부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1년 후 경과도 공개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후 지난달 23일 현재 타의에 의한 비자의입원 비율은 37.1%로 조사됐다.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전인 2016년 12월 31일 61.6%에 비해 24.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전체 입원 환자 수 역시 2016년 말 6만9,162명에서 지난달 23일 기준 6만6,523명으로 3.8% 감소세였다.
제철웅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권 전문위원)는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질환자를 치료와 서비스의 주체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입·퇴원 과정에서 환자의 인권과 절차적 권리가 공고하게 보호되는 변화가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정부는 연말까지 총 500명의 정신건강복지센터 전문요원을 확충하는 등 지역사회 정신질환자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정신질환자가 퇴원 이후 지역을 이동하더라도 관리자료를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는 하나의 사례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내달부터 시범 운영키로 했다.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정착 및 자립을 지원하는 거주서비스 ‘중간집’ 시범사업과 환자의 의사 결정 지원을 위한 절차보조인 시범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차전경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정신질환자의 절차적 권리 보호뿐 아니라 복지서비스 지원을 통해 실질적인 인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사회로 복귀하는 정신질환자를 지원하는 지역사회 서비스 기반을 확충하는 등 질적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