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4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5시간에 걸쳐 연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
북한은 한국을 비롯한 5개국 취재진이 약 500m 거리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이날 오전11시 2번 갱도와 관측소를 폭파하는 것으로 폐기 의식을 시작했다. 2번 갱도는 북한의 지난 2~6차 핵실험이 이뤄진 풍계리 핵실험장의 핵심 시설이다. 영국 스카이뉴스 특파원 톰 체셔는 폭파에 앞서 2번 갱도를 보고 “입구에는 연극 무대장치처럼 여기저기 전선이 걸려 있었다”고 묘사했다.
북측 관계자의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핵실험장을 둘러싼 해발 2,205m 만탑산을 흔드는 굉음과 함께 갱도 입구에서 흙과 부서진 바위들이 쏟아져 나왔다. 갱도 입구에서 처음 ‘꽝’ 소리가 들린 뒤 더 깊은 곳에서 두 번가량 폭발음이 추가로 들렸다.
15초 뒤에는 굉음과 함께 관측소가 폭파돼 짙은 연기가 계곡을 뒤덮었다. 연기가 걷히자 관측소에서 부서져 나온 파편들이 사방에 가득했다.
북한은 3시간 후인 오후2시17분에 4번 갱도와 단야장(대장간)을, 2시45분에 생활건물 본부 등 5개 시설을 폭파했다. 또 오후4시2분에는 3번 갱도와 관측소, 4시17분에는 마지막으로 남은 2개동 군 막사 폭파가 진행됐다.
풍계리에 있는 4개 갱도 가운데 1번 갱도의 폐기 절차가 이뤄졌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1차 핵실험이 진행된 1번 갱도는 이미 방사능 오염에 따라 폐쇄된 곳이라 별도 폭파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폭파 의식을 본격 진행하기 앞서 사전브리핑을 진행한 북한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은 “핵실험장 폐기의 마지막 행보는 모든 인원의 완전한 철수와 핵실험장을 둘러싼 지역의 최종적 폐쇄”라면서 “폭파된 풍계리 핵실험장 복원은 불가능하고 이외에 다른 핵실험장이나 갱도는 북한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풍계리 현지에 도착한 8명의 남측 공동취재단을 비롯한 5개국 취재단은 현지 3번 갱도 위쪽에 마련된 전망대에서 갱도 폭파를 지켜봤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갱도 입구를 중심으로 파괴했는지 아니면 갱도 내부를 완전히 파괴했는지 등 구체적인 폭파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박효정기자 외교부공동취재단 jpark@sedaily.com